미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스파이 중 한 명으로 알려진 로버트 핸슨 전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5일 수감중이던 감옥에서 숨졌다고 AP·로이터·UPI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콜로라도주 플로렌스 연방 교도소 측에 따르면 올해 79세인 핸슨은 이날 오전 6시55분께 감방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으며 이후 사망 선고를 받았다.
AP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그가 자연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1976년 FBI에 입사한 핸슨은 구소련 정부 기관을 상대로 첩보 수집 업무를 담당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79년 처음 소련 스파이로 활동한다. 이후 아내의 반대로 한동안 스파이 활동을 그만뒀다가 1985년부터 ‘라몬 가르시아’라는 가명으로 다시 기밀 유출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이렇게 빼돌린 기밀문서만 약 6000건,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26개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미국 측이 어떻게 러시아 첩보 활동을 펴는지 세부 내용도 유출했으며, 심지어 미국이 도청을 위해 워싱턴DC 주재 소련 대사관 아래에 뚫어놓은 비밀 터널도 모스크바에 누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내 미국 간첩 명단도 넘겨 그 결과 소련의 드미트리 폴리아코프 장군 등 2명이 처형됐다.
핸슨은 그 대가로 러시아 측으로부터 140만 달러 이상의 현금과 다이아몬드, 롤렉스 같은 고급 시계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의 ‘이중간첩’ 생활은 2001년 붙잡히면서 끝나게 된다.
FBI는 핸슨의 행적을 수상히 여겨 한동안 조사를 진행하다 그해 2월 그가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기밀문서를 담은 쓰레기 봉투를 한 공원의 인도교 밑바닥에 테이프로 붙이는 장면을 포착해 현장에서 체포했다.
핸슨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념이 아닌 돈 때문에 저지른 일”이라며 “제 행동에 사과드린다. 부끄럽다. 불법성을 넘어 많은 사람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후회했다.
FBI는 그를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손해를 끼친 스파이”로 부른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루이스 프리 FBI국장 등도 “국가에 대한 배신”이라고 맹비난했다.
핸슨의 이야기는 2007년 ‘브리치’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다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