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올해 물가, 연준의 9월 전망치까지 오르기 쉽지 않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른 통계보다 더 주의 깊게 보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10월 들어 연준 예상보다 빠르게 내려갔다.
올해 11월과 12월 두 달 치 물가 통계 발표가 남아있지만, 지난 9월 연준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 이상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시장은 여유가 생긴 연준이 내년 5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 미국 물가 하락, 두달 전 연준 예상보다 빨라
지난달 30일 연방 상무부에 따르면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2021년 3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올라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물가 통계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하지만,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자들이 두 달 전 제시한 전망치는 밑돈다.
연준은 지난 9월 낸 경제전망에서 올해 말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 전망치를 3.7%(중간값), 대표 PCE 가격지수 상승률 전망치를 3.3%로 각각 내다봤었다.
11월과 12월 통계를 기다려봐야 하지만, 물가가 연준의 전망치까지 오르기는 쉽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짚었다.
예를 들어 근원 PCE 가격지수가 연말 3.7%라는 전망치까지 상승하려면 남은 두 달간 각각 0.55%씩, 연율로는 6.8%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 지수는 4분기 3.3%에 머물게 된다.
이는 연준이 9월에 내놓은 올해 마지막 금리 인상 계획이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게 한다.
불과 한 달 전 내년 6월 중순 회의 전에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컸지만, 이제는 시장이 내년 5월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현 5.25~5.50%인 금리를 내년 5월부터 연말까지 5차례, 1.25%포인트 내려 4.00~4.25%로 결정할 것이라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이날 “인플레이션이 뿌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한 과감한 추가 긴축이 필요하지 않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강력한 고용으로 연착륙을 달성할 궤도 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 “너무 신중한 연준, 완만한 침체 이끌 수도”
하지만 연준 관리들은 금리 인상 행진이 끝났다고 여기면서도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가 최고점 또는 근처에 있고 통화정책은 상당히 긴축적”이라면서 “다만,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낮추기 위해 상당 기간 긴축적 태도의 유지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물가 압박과 불균형이 자신의 예상보다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스 총재는 올해 말 인플레이션이 3%, 내년에는 경제 성장률이 1.25%로 둔화하고 실업률이 4.25% 오르면서 2.25%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윌리엄스 총재와 궤를 같이했다.
데일리 총재는 이날 공개된 한 독일 신문과 인터뷰에서 “‘기본 사례’는 추가 금리 인상을 요구하지 않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을 끝냈는지는 알기에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금리 인하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시스템상 필요한 만큼 긴축하고 있고 물가 안정을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긴축적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뛸까 봐 연준이 내년 금리 인하를 주저해 미국 경제가 완만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미국 뱅가드의 로저 알리아가 디아즈 글로벌 포트폴리오 구축 책임자는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고금리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연착륙 가능성을 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완만한 경기 침체로 연준이 내년 하반기부터나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