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불탈때 네로는 바이올린, 트럼프는 골프”

버니 샌더스 민주당 전당대회서 조 바이든 후보 ‘화끈한 지지’ 선언

4년전엔 힐러리와 불화, 패배 단초 제공…”힘합쳐 트럼프 격퇴하자”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은 17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우리 민주주의와 경제, 세상의 미래가 위태롭다. 우리는 힘을 합쳐 도널드 트럼프를 물리쳐야 한다”고 말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조 바이든은 우리를 전진시킬 것”이라고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면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폭군의 대명사인 로마 황제 네로에게 빗대기도 했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지난 4월 중도하차한 ‘패장’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이날 연설에서 “이 나라의 현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이다. 실패의 대가는 너무 커서 상상할 수 없다”며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를 차기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피날레를 장식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 바로 앞인 끝에서 두 번째 순서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화상 전대로 관중도 환호도 없는 ‘무관중 연설’이었지만 8분에 걸친 그의 격정 토로는 어느 때보다 절박했다.

전대 진행 축소 등으로 인해 4년 전 전대 때 30분에 걸쳐 이어졌던 당시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지지연설보다 짧았지만 굵고 강렬했다.

그는 “우리는 100년만의 최악인 공중보건 위기,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붕괴, 구조적인 인종차별주의, 기후 변화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며 “그리고 이 모든 위기의 한가운데에서 이를 해결할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권위주의 길로 우리를 이끄는 대통령을 갖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전례없는 일련의 위기에 맞선 전례없는 대응’을 강조, “이번 선거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에 관한 선거”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투표 기회 제한 시도와 패배시 불복 가능성 시사 등을 거론, “이 대통령의 임기 동안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상이 됐다”고 비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어 “이 행정부 하에서 권위주의가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특히 샌더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일 뿐 아니라 과학을 거부함으로써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에 빠트렸다”며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거론하는 과정에서 “네로는 로마가 불타는데도 바이올린을 켰다. 트럼프는 골프를 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폭군’ 네로 황제에 비유하며 맹공했다.

또한 유대인으로,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로 가족을 잃은 샌더스 의원은 “나와 나의 가족, 그리고 여러분은 권의주의가 서서히 민주주의와 품위, 인류를 파괴한다는 것을 안다”며 역사를 환기하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진보의 아이콘’인 샌더스 의원은 2016년과 이번 경선에서 자신을 지지한 이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노선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망가트린 미국의 재건을 역설하며 “나는 조 바이든이 첫날부터 싸움을 시작하리라는 것을 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우리가 만든 모든 진전은 위태롭게 될 것”이라며 진보 진영의 결집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 바이든을 차기 대통령으로 필요로 한다”며 “어떻게 조가 우리를 전진시킬지 몇 가지 예를 들겠다”면서 최저임금, 노조 가입, 인프라 건설, 기후 변화, 건강 보험 등 정책별로 나열하며 설명했다.

샌더스 의원은 “조 바이든은 우리 나라의 정신을 치유하기 위해 트럼프가 조성한 증오와 분열을 종식할 것”이라면서 “그는 이민자들의 악마화, 백인 국수주의자들에 대한 애지중지, 종교적 편견, 그리고 추잡한 여성에 대한 공격을 멈추게 할 것”이라며 바이든 리더십을 트럼프 리더십과 대비시켰다.

샌더스 의원의 이날 전폭적인 바이든 지지연설은 반트럼프 진영의 통합과 화합을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2016년 대선에서 도전장을 던지고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켰던 샌더스 의원은 4년전인 그 해 7월25일 열린 민주당 전대 때에도 첫날 마지막 연사로 무대에 올라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지지를 표했지만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태도는 이번처럼 화끈하진 못했다.

당시 경선과정에서 쌓인 앙금으로 샌더스 의원은 경선전 막판까지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흔쾌히 지지하지 못했고, 양측간 화합적 결합 실패는 결국 클린턴 전 장관의 패인으로 작용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4년전 악몽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샌더스 의원의 중도하차 직후부터 샌더스와 그 지지층 끌어안기에 적극 나서왔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REUTERS/Lucas Jackson/File Ph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