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 공장 ICE 신고 주장한 공화당 낙선 후보, 이번엔 한인타운 재개발 문제 제기
“글로벌은 새로운 다양성이다.”
“외국인을 위한 15분 도시다.”
“한인들이 이 일로 돈을 벌고 있다.”
귀넷카운티 옛 귀넷플레이스몰 재개발을 둘러싼 일부 보수 성향 주민들의 반응은 단순한 개발 반대 의견을 넘어섰다. 세금과 교통, 주거 문제에 대한 우려는 곧 “글로벌”, “무슬림”, “섹션8”, “한인 돈벌이”라는 표현으로 확장됐다.
논란의 출발점은 토리 브래넘(Tori Branum)의 소셜미디어 게시글이었다. 브래넘은 지난해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조지아 배터리 공장의 불법 이민자 고용 의혹을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신고했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브래넘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귀넷플레이스몰 재개발 계획을 소개하며 이 사업이 민간 개발사가 아니라 귀넷카운티 도시재개발청(URA)이 주도하는 공공 재개발이라는 점, 부지 매입에 공공 승인 절차와 채권 조달이 사용됐다는 점, 향후 대규모 주거시설과 환승센터가 포함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게시글에 달린 댓글들은 곧 개발 방식 자체보다 귀넷카운티의 인구 변화와 다문화 현실을 향했다. 특히 한인과 무슬림, 외국인, 저소득층 주거, 대중교통이 하나의 불안 프레임 안에 묶이며, 귀넷몰 재개발은 지역 정체성을 둘러싼 정치적 상징으로 바뀌었다.
◇ “글로벌”이라는 단어에 반발
브래넘의 게시글에서 가장 먼저 공격 대상이 된 표현은 ‘글로벌’이었다.
귀넷카운티는 옛 귀넷플레이스몰 재개발 구상을 ‘글로벌 빌리지(Global Villages)’로 설명하고 있다. 이 구상에는 주거시설, 상업시설, 식당, 오피스, 중앙공원, 국제 커뮤니티 문화센터, 산책로와 자전거길, 공공미술, 주차장, 새 환승센터 등이 포함돼 있다.
카운티는 이를 쇠퇴한 쇼핑몰과 주변 상권을 되살리고, 귀넷의 다양성과 지역경제를 반영하는 장기 재개발로 설명한다. 그러나 일부 댓글 작성자들에게 ‘글로벌’은 발전의 언어가 아니라 경계의 언어로 받아들여졌다.
한 댓글은 “‘글로벌’은 새로운 ‘다양성’”이라고 썼고, 다른 댓글은 “글로벌이라는 것은 좋은 일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왜 국제적이라는 표현을 쓰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이 같은 반응은 ‘글로벌’과 ‘다양성’이라는 표현이 일부 보수층에게는 이민자와 외국인 중심의 공간으로 바뀐다는 정치적 신호로 읽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 무슬림·외국인 도시라는 주장
논의는 곧 이민자와 종교 문제로 옮겨갔다.
브래넘은 댓글에서 귀넷을 “그라운드 제로”라고 부르며 “동남부에서 가장 큰 무슬림 인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댓글 작성자들은 이 프로젝트가 “무슬림 커뮤니티”가 될 것이라거나 “외국인을 위한 소도시”라고 주장했다. 또 “무슬림들이 이 프로젝트를 인수하지 못하도록 싸워야 한다”는 댓글도 올라왔다.
일부 댓글은 더 노골적이었다. “미국 납세자들이 우리가 들어갈 수 없는 도시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반응이 있었고, 백인 인구가 다른 인종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귀넷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조지아에서 가장 빠르게 다문화 지역으로 변한 카운티 가운데 하나다. 한인, 라틴계, 인도계, 베트남계, 중국계, 무슬림 커뮤니티가 성장했고, 둘루스와 스와니 일대는 메트로 애틀랜타의 대표적 아시안 상권으로 자리잡았다.
이 변화는 한인사회와 이민자 커뮤니티에는 경제적 기회와 생활 기반의 확장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일부 오래된 백인 주민들에게는 익숙했던 교외 질서가 사라지는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 “한인들 배를 불린다”는 댓글까지
이번 논란에서 한인사회가 직접 언급된 점도 주목된다.
브래넘의 게시글에는 “한인들이 이 일로 돈을 벌고 있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자신이 이 지역이 모두 농지였던 시절을 기억할 만큼 오래 살았다고 덧붙였다.
이 댓글은 귀넷플레이스몰 일대가 현재 메트로 애틀랜타 한인타운의 중심 상권이라는 현실과 연결된다. 둘루스와 스와니, 노크로스, 로렌스빌로 이어지는 한인 상권은 지난 20여 년간 빠르게 성장했고, 귀넷플레이스몰 주변에는 한국 식품점, 식당, 병원, 법률·회계 사무소, 교회, 학원 등이 밀집해 있다.
일부 보수 백인 주민들의 시각에서는 이 변화가 “쇠퇴한 쇼핑몰을 되살리는 과정”이 아니라 “기존 지역을 외국인과 이민자 상권이 장악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한인들이 배를 불린다”는 식의 반응은 현재 사업 진행 상황과도 거리가 있다. 귀넷플레이스몰 재개발은 아직 민간 마스터 개발자 선정 결과도 공개되지 않았고, 실제 건설도 본격화되지 않았다.
특정 민족 집단을 개발 이익의 수혜자로 지목하는 표현은 귀넷의 다문화 상권 성장에 대한 경제적 불만이 인종·민족적 반감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여준다.
◇ ‘섹션8’ 언급에 담긴 저소득층 주거 우려
댓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또 다른 표현은 “섹션8”이었다.
섹션8은 연방 주택도시개발부(HUD)가 운영하는 저소득층 주거 보조 프로그램을 가리키는 통칭이다. 공식 명칭은 주택선택바우처 프로그램(Housing Choice Voucher Program)으로, 일정 소득 이하 가정이 민간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임대료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원래 취지는 저소득층 가정, 노인, 장애인 등이 안전하고 적정한 주거를 확보하도록 돕는 데 있다. 그러나 미국 지역 정치에서는 섹션8이 종종 범죄, 학교 수준 저하, 주택가치 하락, 세금 부담 증가 등을 우려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브래넘도 댓글에서 귀넷플레이스몰 재개발과 관련해 “아마도 섹션8 주택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댓글들도 주거시설이 포함된 마스터플랜을 두고 저소득층 임대주택이나 정부 보조주택이 들어올 가능성을 우려했다.
하지만 현재 귀넷카운티 공식 자료에는 글로벌 빌리지 프로젝트가 섹션8 주택 단지로 조성된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섹션8” 언급은 확정된 개발 내용이라기보다, 일부 보수 성향 주민들이 대규모 공공 주도 재개발과 주거 공급 계획을 저소득층 주거 확대, 세금 부담, 지역 변화에 대한 불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 ‘15분 도시’ 음모론과 대중교통 반대
댓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또 다른 표현은 “15분 도시”였다.
15분 도시는 주거, 상업, 교육, 공원, 대중교통 등 일상 기능을 가까운 거리 안에 배치하자는 도시계획 개념이다.
그러나 미국 보수 진영 일부에서는 이를 정부가 주민 이동을 통제하는 ‘감시 도시’나 ‘스마트시티’ 음모론과 연결해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브래넘의 게시글 댓글에서도 “결국 15분 도시다”, “스마트시티·감시국가의 패턴”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댓글은 주거시설과 환승센터, 보행·자전거 중심 개발을 “미래의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대중교통도 반발의 핵심이었다. 일부 댓글 작성자들은 귀넷 주민들이 과거 대중교통 확대안을 여러 차례 부결했음에도 카운티가 버스와 환승센터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곳을 언젠가 MARTA 역으로 만들려는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대중교통과 보행 중심 개발은 카운티 입장에서는 낡은 상업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도시계획 요소다. 그러나 일부 보수층에게는 이것이 정부 통제, 감시, 세금 부담, 원치 않는 인구 유입과 연결된 불안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현대차 ICE 신고 주장과 이어지는 외국인 프레임
브래넘의 이번 게시글이 더 주목되는 이유는 그의 과거 주장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조지아 배터리 공장의 불법 이민자 고용 의혹을 ICE에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은 애틀랜타 K가 단독 특종으로 보도한 사안이다.
당시 논란의 핵심은 한국 기업의 대규모 조지아 투자와 외국인 노동자 고용 문제였다. 브래넘의 주장은 “외국 기업이 미국 노동자를 밀어낸다”는 보수층의 기존 프레임과 맞물렸다.
이번 귀넷몰 재개발 논란도 비슷한 구조를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세금, 채권, 대중교통, 도시계획 문제이지만, 댓글 반응에서는 “글로벌 개발이 기존 주민을 밀어낸다”, “외국인과 이민자가 혜택을 본다”, “한인들이 돈을 번다”는 식의 해석이 강하게 나타났다.
즉 현대차-LG 공장 논란이 산업 현장에서의 외국인 노동 문제로 읽혔다면, 귀넷플레이스몰 재개발은 한인타운 중심부의 도시공간을 둘러싼 문화·인종·경제 주도권 논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 귀넷의 변화 둘러싼 정체성 충돌
물론 댓글 전체가 반대만은 아니었다. 일부 주민들은 “이미 죽은 몰과 낡은 주차장만 남은 곳을 개선하려는 시도”라며 재개발 필요성을 인정했다. 또 “귀넷은 40년 동안 지켜본 다문화 지역이며, 성장하고 붐비지만 좋은 곳”이라고 반박한 댓글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반응은 귀넷의 변화가 단순한 개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귀넷플레이스몰 재개발은 도시계획, 세금, 교통, 주거, 이민, 인종, 종교, 지역 정체성이 한꺼번에 충돌하는 상징적 사안이 되고 있다.
한인사회에는 쇠퇴한 쇼핑몰을 되살릴 가능성으로 보이지만, 일부 보수층에는 ‘글로벌’이라는 이름 아래 외국인과 이민자가 주도권을 잡는 공간으로 비치고 있다.
앞으로 귀넷카운티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단순한 개발 청사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세금, 교통, 주거, 치안, 지역상권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함께, 다문화 지역으로 변한 귀넷의 현실을 어떻게 지역 전체의 자산으로 설득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