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회장에 “미국 스타선수 발로건 출장 시켜라” 전화
발로건 벨기에전 출전 가능…벨기에 “공정성 훼손” 반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퇴장 판정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뒤, FIFA가 발로건의 출전 정지를 유예했다.
이에 따라 발로건은 7일 시애틀에서 열리는 월드컵 16강 벨기에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발로건은 지난 1일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에서 상대 수비수 타리크 무하레모비치의 오른쪽 발목을 밟는 장면으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레드카드는 통상 다음 경기 자동 출전정지로 이어진다.
하지만 FIFA는 5일 발로건의 1경기 출전정지 집행을 1년의 보호관찰 기간 동안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FIFA는 징계위원회가 징계 집행을 전부 또는 일부 유예할 수 있도록 한 징계규정 27조를 근거로 들었다.
발로건이 같은 성격과 중대성의 반칙을 다시 저지를 경우 유예된 징계가 집행되고 추가 징계도 가능하다.
◇ 트럼프 “큰 부당함 바로잡았다”
AP통신은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후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발로건의 레드카드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공개 발언 권한이 없어 익명을 전제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FIFA가 옳은 일을 했고, 큰 부당함을 바로잡았다”고 밝혔다.
미국 대표팀 입장에서는 큰 전력 보강이다. 발로건은 이번 대회에서 3골을 기록한 미국의 최다 득점자다. 그는 보스니아전에서도 선제골을 넣으며 미국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미국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8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미국은 2010년 가나, 2014년 벨기에, 2022년 네덜란드에 각각 16강에서 패했다.
◇ 벨기에 “전례 없는 결정” 반발
벨기에는 강하게 반발했다. 벨기에축구협회(RBFA)는 FIFA 결정에 “놀랐다”며 가능한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벨기에 측은 FIFA 징계규정과 월드컵 대회 규정이 레드카드에 대해 다음 경기 자동 출전정지를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디 가르시아 벨기에 감독도 FIFA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7월 5일이 만우절인 줄 몰랐다”며 만우절에 빗대어 불만을 표시했다.
가르시아 감독은 벨기에축구협회가 단순히 벨기에 대표팀만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축구의 공정성과 윤리를 지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 가능성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 정치 개입 논란으로 번진 징계 결정
이번 결정은 단순한 판정 논란을 넘어 정치 개입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FIFA가 공식적으로는 징계규정 27조에 따른 유예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미국 대통령이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건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커졌다.
로이터통신은 FIFA가 레드카드 자체를 취소한 것은 아니며, 출전정지 집행을 유예한 것이라고 전했다. 발로건은 1년 동안 비슷한 반칙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FIFA가 월드컵 도중 레드카드에 따른 자동 출전정지를 유예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AP통신은 이번 결정이 1962년 브라질의 가린샤가 준결승에서 퇴장당하고도 결승전에 출전한 사례 이후 가장 논란이 큰 징계 결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FIFA는 지난해 11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내려진 3경기 출전정지 중 남은 2경기 집행을 유예해 월드컵 출전을 허용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의 니콜라스 오타멘디와 에콰도르의 모이세스 카이세도도 예선 퇴장 징계 일부가 유예돼 월드컵 첫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 미국엔 호재, 대회엔 부담
미국 대표팀 선수들은 훈련장으로 이동하던 중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로건 출전 가능 소식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천 풀리식은 발로건의 반칙에 대해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이번 대회에서 더 심한 장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발로건은 25세 공격수로 프랑스 AS모나코에서 뛰고 있다. 브루클린에서 나이지리아계 부모 사이에 태어났고, 영국에서 성장해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팀에서 뛰다가 2023년 미국 대표팀으로 소속을 바꿨다.
미국으로서는 핵심 공격수를 되찾았지만, FIFA는 개최국 미국과 대통령의 영향력이라는 민감한 논란을 떠안게 됐다. 벨기에가 추가 대응에 나설 경우 16강전을 앞두고 징계 결정의 절차와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