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악의 경우 조지아 공장 문닫아야

바이든 거부권 행사 기대…무산될 경우 LG와 합의해야

미국 대통령, ITC 결정에 거부권 행사 전례 한번도 없어

LG와 합의 못할 경우 미국내 배터리 사업 ‘올스톱’ 위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0일 SK이노베이션에 10년간 미국에서의 생산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60일 이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이 결정은 곧바로 효력이 발휘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으로선 미국 내 사업을 위해선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를 할 수밖에 없다. ITC가 미국내 자동차 생산을 위해서 유예기간을 인정했지만 포드의 경우 4년, 폭스바겐은 2년밖에 시간이 없다.

이에 따라 차타누가에 위치한 폭스바겐 공장에 배터리를 납품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조지아주 잭슨카운티의 SK배터리 아메리카 공장은 2년이 지나면 아예 쓸모가 없는 시설로 전락하게 된다.

ITC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결정문에서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미국에서 배터리의 수입과 판매, 마케팅, 영업, 유통 등의 행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자유무역지역(foreign trade zone)을 통한 수입도 금지한다고 명시해 우회 수출도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SK와 계약한 미국내 자동차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드에 4년, 폭스바겐의 경우 2년간의 유예기간을 허용했다.

SK입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마지막 희망이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SK가 포드와 대규모 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미국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동안 미국 대통령이 단 한번도 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ITC가 대통령 직속기관이기는 하지만 법원에 버금가는 사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권력 분립 차원에서 함부로 거부권을 사용하지는 못하리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더 우세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유일한 해결책은 LG에 항복하고 거액을 지불해서라도 합의를 하는 방법 뿐이다. 업계에 따르면 LG는 SK에 3조원 상당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SK가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이러한 망신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ITC 최종결정에서도 패소하면서 SK는 3조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들여서라도 합의를 이뤄야 하는 처지가 됐다.

SK 입장에선 LG와의 합의를 늦추게 되면 더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납품이 지연될 경우 계약을 맺은 폭스바겐 등 자동차 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LG는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ITC 최종 승소 결과를 토대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다만, 고객 보호를 위해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둔 것은 다행이라고 판단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Presidential Review 등)를 통해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수 천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아가 결정에서 주어진 유예기간 중에 그 후에도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