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사상 최대 2.5조원 적자

매출액 30% 감소…”글로벌 석유화학제품 수요 부진 탓”

배터리는 매출 1.6조원·2배 이상 성장…”성장궤도 올라”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석유화학 실적이 급감하면서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배터리 사업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등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2조56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고 29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4조1645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0.7%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2조160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글로벌 석유 및 화학 제품 수요 부진으로 판매물량이 감소했으며 주요 제품 마진 하락으로 수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와 배터리 등 신성장 사업 투자 확대에 따라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결산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배당은 하지 않지만 주주 중시 경영은 회사의 중요한 가치”라며 “경영 성과와 신규 사업을 통한 기업가치를 고려해 중장기적인 주주 환원 방안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별로 보면 지난해 석유사업은 매출 22조6379억원, 영업손실 2조2228억원을 기록했다. 화학사업은 매출 7조541억원과 영업손실 1212억원이며, 윤활유사업은 매출 2조3713억원과 영업이익 2622억원이다. 석유개발사업은 매출 593억원과 영업손실 48억원, 소재사업은 1259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달성했다.

다만 지난해 배터리 사업은 매출액 1조6102억원으로 전년(6903억원) 대비 두배 이상 성장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이 조단위 매출을 달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손실은 4265억원이었다.

김준 총괄 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경영환경 속에서도 회사의 신성장 사업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실현되고 있다”며 “신규사업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에서도 친환경 중심의 전면적이고 근본적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매출액은 7조6776억원이며 영업손실 2434억원을 기록했다.

사업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 석유사업은 매출 4조7692억원과 영업손실 1925억원을 기록했다. 화학사업은 매출 1조6194억원과 영업손실 462억원, 윤활유사업은 매출 6520억원과 영업이익 1253억원, 석유개발사업은 매출 140억원과 영업이익 16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4분기 배터리 사업의 매출액은 4792억원으로 전년 동기(2250억원) 대비 2.2배 증가하면서 분기 매출 최고를 달성했다. 다만 수익성의 지속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해외 공장의 초기 비용 영향으로 10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소재사업은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판매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환율 하락과 신규 중국 설비 가동에 따른 초기 고정비 부담 등으로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46억원 감소한 253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고 본다. 특히 중국 옌청 및 혜주 공장은 올해 1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라 향후 더욱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이런 생산능력 확대와 글로벌 완성차업체(OEM)에 대한 공급물량 증가에 힘입어 매출액은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수주한 배터리 물량은 550기가와트(GWh)로,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70조원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날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배터리 사업은 지난해 연간 매출의 2배를 넘는 3조원 중후반대 매출액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22년에는 5조원 중반대의 매출액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영업이익은 올해의 경우 전년 대비 영업손실을 30% 축소하고, 2022년에는 손익분기점(BEP)을 초과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어려운 상황임에도 설비투자는 지속한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기존의 배터리 수주 물량과 신규 수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하고, 지난해와 비슷한 연간 4~5조원의 설비투자를 올해 진행할 것”이라며 “이 중 70% 정도는 배터리와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과 관련해선 “현재 법률비용은 100% 배터리 부문 손익에 반영하고 있다”며 “만약 이 소송비용이 제외됐다면 올해 영업이익은 상당한 폭으로 개선됐을 것으로 보이며, (배터리 사업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손익분기점(BEP)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배터리 소송 최종결정에선 첫 결정에서 고려되지 못한 영업비밀 침해 여부와 본 쟁송으로 인한 공공적 이익 등이 충분히 고려된 후에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며 “어떤 경우가 생기더라도 고객과 당사, 한국 배터리 산업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