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독립…10월 ‘SK배터리’ 출범

배터리·석유개발 물적분할…SK이노는 지주사로 친환경 신사업 개발 주력

배터리 성장 힘입어 선두권 도약 목표…”재원 조달, IPO 포함 종합적 고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와 석유개발(E&P·Exploration&Production) 사업을 각각 독립 회사로 분할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3일 이사회를 통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4일 밝혔다. 9월 16일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후, 10월 1일부로 신설법인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이엔피 주식회사(가칭)’를 각각 공식 출범한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분할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분할 (서울=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을 각각 독립 회사로 분할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 2021.8.4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친환경 포트폴리오 개발을 담당하는 지주회사로서 역할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분할 방식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발행 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된다.

신설될 SK배터리주식회사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 사업(Baas·Battery as a Service), ESS(에너지 저장장치) 사업 등을, SK이엔피주식회사는 석유개발 생산·탐사 사업,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각각 수행한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이번 분할은 각 사업 특성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성을 높여 본원적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사업별로 투자 유지, 사업 가치 증대를 통해 경영 환경에 더욱 신속히 대응하는 유연성을 키워 친환경 전략을 가속화, 기업가치를 집중적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분할 배경을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할이 배터리 사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분할 후 지배구조

현재 수주 잔고 1테라와트 규모,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130조원 규모의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글로벌 선두권으로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의 거점에서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해 가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미국 포드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성장세를 보인다. 포드와의 합작공장은 60GWh 규모로 설립하며 2025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한다.

또한 포드의 전기차 전환 계획과 양사 협력관계를 고려하면 현재 논의하는 60GWh 규모의 투자 외에 180GWh 규모의 추가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에서 2022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와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고 2023년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개선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5년 이후에는 한 자릿수 후반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ESS, 플라잉카, 로봇 등 새로운 배터리 적용 사업을 확장하고 배터리 제품 외에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플랫폼 사업 등 신성장 동력 실행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베트남 15-1 해상 광구
SK이노베이션이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베트남 15-1 해상 광구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E&P 사업 분할에 대해서는 “탄소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혁신 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할을 통해 E&P 사업이 오랜 기간 축적한 석유개발 사업 경험 및 역량을 활용해 탄소 발생 최소화를 목표로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은 “이번 분할 결정은 각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는 구조 확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린 성장 전략을 완성해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업가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날 배터리 사업 분할이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기업공개(IPO) 수순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IPO 등 재원 마련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김양섭 재무본부장은 “이번 분할 결정의 목적은 향후 투자 재원을 적시에 조달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조달 방법, 시기,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다양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며 IPO를 포함한 여러 방안은 다양한 조건이 충족되는 시점에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파이낸셜 스토리 발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파이낸셜 스토리 발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배터리 사업 분할이 발표되자 존속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 가치가 떨어졌다는 시장 심리가 작용하면서 SK이노베이션 주가가 급락했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지주사는 기업 가치 창출에 역점을 두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높여갈 것”이라며 “미래 성장 동력에서 새로운 옵션을 발굴하고 사업화,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함으로써 투자자들이 투자할 이유를 계속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BMR)을 앞으로 본격화해서 2025년 생산 능력을 6만톤까지 갖출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