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한국 외국인 격리시설의 현실은?”

용인시 라마다호텔 앞 꽹과리-징 시위 특집기사 소개

외국인 임시격리 시설 지정에 주민들 매일 ‘소음집회’

“지역 상권에 피해준다” 주장…’외국인 혐오’ 오해도

뉴욕타임스(NYT)가 4일 한국 용인시의 한 호텔 앞에서 매일 열리고 있는 꽹과리와 징을 이용한 ‘소음’ 시위를 특집기사로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당신의 격리는 어떤까요? 누군가 징(gong)을 치지 않는다면 축복인줄 아세요”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전대리에 위치한 용인 라마다호텔에 격리된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호텔은 지난달 11일 한국 보건복지부에 의해 전국의 8개 단기체류 무증상 외국인 입국자를 위한 임시생활시설(자가격리시설)로 지정됐다. 18개층 399개의 객실 가운데 330실은 외국인 격리시설로 이용되고 30여개 객실은 복지부 등 정부합동지원단 숙소로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이 호텔에 묵은 한 외국인 입국자가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시설 지정 당시부터 “주민들과의 협의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라마다 호텔과 계약을 맺었다”며 항의했는데 확진자 뉴스가 이같은 불만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전대리 주민들은 지난달 27일부터 현재까지 1주일간 매일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호텔앞 도로에 모여 징과 꽹과리, 북, 확성기 등을 이용해 소음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이 호텔에서 격리중인 워싱턴 출신 앱개발자 제임스 톰슨씨는 NYT에 “작은 실내공간에 24시간 갇혀 있어 창문을 여는 것이 유일한 희망인데 소음으로 인해 이마저도 포기해야 한다”면서 “소음제거 기능을 갖춘 헤드폰과 휴대폰 앱으로 그나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톰슨씨에 따르면 격리시설 입주자들은 절대 호텔 객실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문을 열 수 있는 기회도 하루에 4회 뿐이다. 3번은 관계자들이 제공하는 식사를 픽업하기 위한 것이고 나머지 1번은 쓰레기를 내놓는 시간이다. 이 호텔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격리자들은 하루 100달러를 자비로 지불해야 하며 14일의 격리가 끝나야 원하는 행선지로 떠날 수 있다.

전대리 주민들은 정부가 지정한 시설을 반대하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와 외국인을 혐오하는 제노포비아(Xenophobia)’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이같은 소음 시위에 나선 것은 ‘생존권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대리에서 21실의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차기천씨(59)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나쁜 소문이 퍼져 우리 마을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인근 에버랜드 방문객으로 상권을 유지하고 있는 전대리 경제가 격리시설로 인해 파산 직전”이라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여한 주민 예정규씨는 “호텔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다”면서 “그들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며 다만 주민들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항의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담당자인 오성일씨는 NYT에 “주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정부차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곧 시위대와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같은 소음 시위는 업무 등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톰슨씨는 “코로나19으로 의무 격리를 당하면서 소음 시위에 지치고 차가운 감자튀김과 시커먼 바나나로 채워진 아침식사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미국의 상황을 지켜보니 한국에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뉴욕타임스의 해당 온라인 기사 캡처/New York Times ca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