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바이든’ 패션 거리두기 행보…”전통 영부인상 거부”

만찬 때 ‘의미부여 없는 옷’…다른 소품과 달리 설명도 생략

“일하는 옆집 영부인 이미지”…패션모델 멜라니아와 차별화?

백악관 만찬에 앞서 기념촬영하는 한미 정상 부부
백악관 만찬에 앞서 기념촬영하는 한미 정상 부부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6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도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71) 여사의 ‘패션 거리두기’ 행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만찬에서도 주목을 받았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질 여사는 전날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연보라색 긴 원피스를 입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이 의상은 레바논 디자이너 림 아크라가 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통적으로 미국 영부인의 의상은 행사 성격에 부합하는 특정한 무언의 메시지를 대외에 전파하는 도구로 사용돼왔다.

그런 역사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영부인의 옷은 미국 국가기록원에 기증되거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간 질 여사의 의상은 그런 관심의 대상에서 배제된 듯한 모습이 역력하다.

특별공연 관람하는 김건희 여사와 질 바이든 여사
특별공연 관람하는 김건희 여사와 질 바이든 여사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26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특별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국빈만찬에서도 질 여사의 의상에 담긴 의미는 따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백악관은 국빈만찬 때 사용되는 식탁보, 의자, 쿠션 등의 의미를 미리 세세하게 설명했지만 질 여사의 의상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NYT는 “손님맞이를 위한 모든 세세한 사안 중에 영부인 의상이 빠진 것은 아주 두드러진 생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질 여사는 영부인이 행사 의상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전통을 소신에 따라 대놓고 거부하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NYT는 질 여사가 ‘받침대 위에 전시된 전업주부 영부인’이 아닌 ‘옆집에 사는 일하는 영부인’으로 자기 위치를 세심하게 조율해왔다고 전했다.

미 헌정 사상 첫 ‘일하는 영부인’인 질 여사는 미국에서 전통적인 영부인상을 거부하는 영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21년 백악관에 입성한 뒤에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유급 영어작문 교사로 일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역사학자들은 퍼스트레이디가 남편 임기 중에 백악관에서 돈을 받는 일을 하는 사례는 질 여사가 유일하다고 전한다.

바이든 여사는 평소 ‘Dr. 바이든'(바이든 박사)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걸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여사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이틀째인 지난 25일 백악관 대통령 관저 만남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라'(Just be yourself)라는 자신의 어록을 거론, “직업을 유지하면서 남편을 돕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가슴에 담아둔 이 원칙을 생각하면서 힘을 얻는다”며 “힘들 때마다 원칙으로 삼으면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질 여사의 이 같은 이미지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5년 대선 맞대결 전망 때문에 더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패션모델 출신으로서 상징성이 있는 호화로운 명품 의상을 즐겨 입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성사돼감에 따라 질 여사에게 패션은 물러날 수 없는 지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매우 잘 보이는 (멜라니아 여사와의)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빈만찬은 그런 프레이밍을 다시 상기시키는 것이었다”며 “아마도 다가오는 대선에서 질 여사가 맡을 역할에 대한 전조였을 것”이라고 해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