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진 “혈액 대사물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높을수록 치매 위험 증가”
혈액검사로 측정한 ‘생물학적 나이’가 치매 위험을 예측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협회가 공개한 새 연구에 따르면 영국 연구진은 혈액 속 대사물질을 분석해 산출한 생물학적 나이와 치매 발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대사물질은 지방 처리, 염증, 에너지 사용 등 신체 기능과 관련된 작은 분자들이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 자료에 포함된 22만3000명 이상의 참가자를 분석했다.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이 가운데 약 4000명이 치매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혈액 대사물질을 바탕으로 예측한 나이와 실제 나이의 차이를 계산했다. 이를 ‘MileAge delta’라고 불렀다. 이 수치가 높다는 것은 혈액 대사물질로 본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더 많아 보인다는 뜻이다. 반대로 수치가 낮으면 혈액 상태가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의미다.
분석 결과 MileAge delta가 높을수록 전체 치매, 혈관성 치매, 조기 발병 치매, 원인 미상 치매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혈관성 치매와의 연관성이 가장 강했다.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치매 유형으로, 뇌혈관 손상이나 혈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심장질환, 고혈압, 비만 등 심혈관 위험요인과도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또 MileAge delta가 높은 사람 가운데 알츠하이머병 위험과 관련된 APOE 유전자를 가진 경우 전체 치매 발생 위험이 10배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 공동저자인 킹스칼리지런던 사회·유전·발달정신의학센터의 줄리언 무츠 박사는 이 같은 유전적 위험 증가가 “매우 두드러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무츠 박사는 “MileAge라는 생물학적 노화 지표는 특히 혈관성 치매를 예측하는 데 강한 관련성을 보였다”며 “유전 외에 다른 위험요인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0배라는 증가는 매우 큰 수치이지만, 이는 강력한 유전적 위험요인과 생물학적 노화 지표가 결합된 결과”라며 “중요한 점은 이 두 위험요인이 서로 보완적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전적 위험은 바꾸기 어렵지만, 대사물질을 통해 측정되는 생물학적 노화는 생활습관이나 임상적 개입을 통해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무츠 박사는 심혈관 위험요인을 관리하고, 신체활동을 유지하며, 정신건강을 점검하는 것이 생물학적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치매와 다른 노화 관련 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는 “치매는 노화의 필연적 결과가 아니다”라며 “생물학적 노화를 포함한 위험요인을 조절하면 치매를 늦추거나 예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폭스뉴스 의학 분석가 마크 시걸 박사는 이번 연구가 단순히 오래 사는 수명보다 건강하게 사는 기간, 즉 ‘건강수명’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시걸 박사는 APOE 유전자가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만성질환과 이 유전적 요인이 결합될 경우 치매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한계도 있다. 연구는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혈액의 생물학적 나이가 높아지는 것이 치매 위험을 직접적으로 높인다고 증명한 것은 아니며, 두 요인 사이의 연관성을 제시한 것이다.
또 연구 자료가 영국 바이오뱅크에 기반하고 있어 참가자들이 일반 인구보다 건강한 편이고, 주로 유럽계 인구가 포함돼 전체 인구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구는 한 차례 혈액 측정에 의존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생물학적 노화가 어떻게 변하는지는 추적하지 못했다. 생활습관이나 기존 건강상태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MileAge 생체표지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