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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기자의 감정이 기사로 둔갑할 때

paul 1 month ago (Last updated: 1 month ago) 1 minute read 0 comments

“저널리즘이 무기가 돼서는 안돼…감정적 보도는 신뢰 해쳐”

언론의 역할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다. 항상 그런 시각을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지향점으로 삼는 것이 언론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자세다.

A라는 지역을 방문해 언론과 기자회견을 갖고 뉴스 가치가 있는 활동을 한 B라는 취재원이 있다. B는 방문기간 동안 여러 언론과 적극적으로 접촉했고, 한 언론에는 1시간 이상의 인터뷰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이 지역의 언론사 가운데 C가 있다. 주말에 열린 기자회견이나 공식행사는 취재하지 않았고, 대신 B를 주말이 지난 뒤 회사로 초청해 소개해 주려했지만, B의 다른 스케줄이 겹쳐 취소됐다. 내가 베푼 호의가 거절당하면 당연히 감정이 상하게 되고, 상대방에게 항의를 하는 것이 당연한 대응이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을 비판 기사로 작성해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다. 언론에 전하는 메시지가 결코 언론사의 무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것도 누군가를 비판하는 기사의 작성자가 본명이 아니라 가명을 사용했다면 심각한 언론 윤리 위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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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나 공인은 언론이 최우선으로 감시해야 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그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쓸 때도 구체적인 자료 확보와 평가, 사례분석이 우선돼야 한다. 예를 들어, 취재원의 활동이 들인 돈에 비해 효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려면 그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감정적인 언어로 상대방을 비판하다가 “이런 식으로 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흘러가는 기사는 독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비판의 초점도 모호하면 안된다. 활동의 의도나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돈만 쓰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언론사의 초청을 무시하는 것을 보니 신뢰할 만하지 못하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언론이 가정과 추측 만으로 누군가를 비판하면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각각의 비판이 의미 있으려면 모두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사실을 기반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하며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팩트가 아닌 감정에 기반한 비판 기사는 공론장의 질을 낮출 뿐 아니라, 독자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

기자도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 이런 태도를 늘 유지해왔는지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덕분에 예전에 썼던 비판 기사들을 다시 찾아보는 시간이 됐다.

기자 사진

이상연 기자
paul@atlant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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