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만에 등장한 바이든, “숨쉴 수 없다”

흑백차별 해소 약속…트럼프 공격하며 대권행보 재개

필라델피아 시청에 마련된 연단에 오른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의 첫마디는 “숨을 쉴 수 없다”였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일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마지막 남긴 말을 인용하면서 80여일간 사실상 중단됐던 대선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20여분간 계속된 연설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의 인종차별과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인종차별의 상처를 치유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우선 입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을 조르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 등을 언급하면서 “의회는 당장 경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유 대신 분열의 리더십을 선택했다는 비판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과는 선명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경을 들고 사진을 찍는 쇼를 하기 위해 백악관 앞에 모였던 평화로운 시위대에 최루탄이 발사됐다”며 비난했다.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완벽한 대통령이 될 수는 없지만, 증오를 부채질하는 대통령은 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법과 질서의 대통령’을 자처하며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선명한 차별화를 선언한 셈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했던 지난 3월 10일 클리블랜드의 대중집회를 취소한 이후 델라웨어주의 자택에 머물렀다.

지난달 말 미국 현충일 헌화 행사에 참석하고, 이달 초엔 교회를 방문하기도 했지만, 델라웨어주를 떠난 것은 80여일 만에 처음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연설한 필라델피아 시청엔 주 방위군이 배치됐다.

한편 CNN 방송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다음 주 휴스턴에서 열릴 플로이드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플로이드 유족 측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참석을 기정사실화했지만, 바이든 캠프는 공식 답변을 거부했다.

필라델피아 시청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