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인, 37년만에 찾은 친부에 ‘친자 소송’

강미숙씨 2세때 괴산서 이별…37년만에 서울 강남거주 확인

아버지는 문전박대…NYT, 눈물겨운 뿌리찾기 여정 상세보도

미국 입양아였던 한 여성이 어머니가 누군지 왜 자신이 버림받았는지 알고 싶다며 친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는 사상 최초로, 한국 전쟁 후 해외로 보내졌지만 자신의 뿌리를 찾기를 갈망하는 입양아들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뉴욕타임스(NYT)는 1984년 미시간주로 입양된 카라 보스라는 여성의 눈물겨운 뿌리찾기 여정을 소개했다.

미국으로 입양가기 전 카라 보스(한국이름 강미숙)의 사진 @강미숙씨 제공

사연의 시작은 1983년 11월18일, 한국 괴산의 한 시장 주차장에서 붉은 모직 코트를 입은 어린 소녀가 울고 있는 것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입양 서류에 따르면 소녀는 자신이 2살이고 이름이 강미숙이라고 관계자들에게 말할 정도로 영리했다.

10개월 후 소녀는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했다. 이 해에 한국이 해외 입양을 보낸 아이들은 7900명에 달했다. 자료에 따르면 1953년 한국 전쟁이 끝난 이후 해외 입양으로 보내진 한국 아기들은 총 16만7000명이 넘었다.

보스는 미시간주 세리든에서 러셀과 마리안 베델에게 입양되었다. 성인이 된 후 네덜란드 남편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둔 그는 5년 전 딸을 낳은 후에야 한국인 어머니가 자신을 버림으로써 겪었을 엄청난 고통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어머니와 다시 연락하는 것을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한국의 사생활보호법은 입양아들이 주소와 전화번호 등 친부모의 정보를 부모들이 동의할 때에만 얻을 수 있도록 한다. 보스는 그래서 2017년 한국을 여행하며 1983년 자신이 버려진 시장을 방문하고 자신을 기억하는 이를 찾기 위해 전단을 뿌렸다.

그녀의 사연은 한국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런데 돌파구는 뜻밖의 곳에서 나왔다.

2016년 보스는 자신의 유전자 자료를 온라인 족보 플랫폼인 마이헤리티지에 올렸다. 지난해 1월 이 플랫폼을 통해 헤어진 지 오래된 두 자매가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의 계좌를 다시 확인해보니 자신과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는 이가 있었다. 22세의 옥스퍼드대 한국 남성 유학생이었다.

그 유학생은 보스를 그의 사촌 중 한 명과 연결해 주었다. 유학생과 소개받은 사촌은 보스의 조카에 해당했다. 즉 이들의 어머니는 보스의 이복 자매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학생과 사촌의 어머니들은 보스가 아버지와 만나기를 원하지 않았다. 한국 법원은 보스의 아버지의 성이 오씨라는 것 빼고는 주소 등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이복 자매를 찾아가 무릎꿇고 애원해도 가족들은 경비원을 불러 그를 쫓아냈다.

버림받은 지 36년 만인 지난해 11월18일 보스는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그러고서야 합법적으로 오씨의 주소를 알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의 벨을 눌렀지만 아버지는 손을 휘저어 보스를 쫓아냈다.

그후 법원 명령으로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두 사람이 부녀일 확률은 99.9%였다. 보스의 소송은 해외 입양인이 한국에서 제기한 첫 번째 친자확인 소송으로, 오는 12일 서울가정법원의 판결이 예정되어 있다. 아버지인 오씨는 변호사를 선임하지도 법원 심리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판결이 나오면 누구도 보스가 아버지를 만나는 것을 말릴 수 없지만 아버지가 보스와 만나기를 거부하면 어쩔 수 없게 된다. 보스는 “아버지가 지금 85세의 고령이지만 아버지 역시 내가 버림받은 것에 책임을 져야 하고 왜 그랬는지, 어머니가 누구인지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스는 생모 또한 그들의 과거를 비밀로 하고 싶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버려진 아이들이 우리의 과거를 아는 것은 기본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중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답을 얻기 위해 되돌아오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 수치심이 화해와 용서로 바뀌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