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이제 남성과 똑같이 마신다”
최근 미국에서 30~40대 여성들의 음주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간 질환과 유방암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고학력·고소득 여성들의 음주 증가가 미국 사회의 보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아닌,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음주 패턴 변화는 통계로도 명확하다. 2018~2019년에 35세가 된 여성은 불과 20년 전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폭음이나 알코올 사용 장애 증상을 보일 확률이 60%나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거 ‘남성의 문제’로 여겨졌던 알코올 관련 질환은 이제 여성들의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유방암과 간 질환 환자 수는 매년 급증 중이다.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따르면 여성의 음주 관련 사망률은 남성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고학력, 고소득 여성일수록 음주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예일대 셰리 맥키 교수는 “알코올 산업이 여성 공략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 결과 미국에서 음주로 인한 여성 사망률은 남성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20~2021년 CDC(질병통제예방센터)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음주 사망률은 2016~2017년 대비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은 27%였다.
특히 유방암 발병률이 해마다 1%가량 증가하고 있으며, 50세 미만 여성에서 그 추세가 두드러진다. 하버드 의대 에이미 코맨더 박사는 “하루 1잔의 음주가 유방암 위험을 약 10% 높인다”고 경고했다.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남성보다 체내 수분 함량이 적고 체지방 비율이 높아, 같은 양을 마셔도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높아지고 질병 위험도 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성 음주 문제는 더 악화됐다. 스트레스, 고립감, 재택근무 환경이 과음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른 건강 악화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음주로 인한 주요 사망 원인은 심장병, 뇌졸중, 중독, 음주운전 등으로, 여성들의 건강 지형도를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미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현재 남성 하루 2잔, 여성 하루 1잔으로 권고된 음주 기준을 올해 하반기 재검토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적당한 절제 속 음주는 가능하지만, 현재는 통제가 무너진 상황”이라며, “여성 음주 증가가 가져올 사회적 비용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