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 탑승 여객기, 조종사 없이 10분 비행

루프트한자 ‘아찔’…기장 화장실 간 사이 부기장 실신

기장, 조종실 진입 지연돼…자동조종으로 위기 넘겨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 여객기가 비행 도중 조종사 없이 약 10분간 운항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지난 2023년 2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스페인 세비야로 향하던 루프트한자 소속 에어버스 A321 여객기에서 발생했다. 해당 항공기에는 승객 199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205명이 탑승해 있었다.

스페인 항공사고조사위원회(CIAIAC)는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사고 경위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은 비행 종료 약 30분 전, 기장(43세)이 화장실을 다녀오기 위해 조종석을 잠시 떠난 사이 벌어졌다. 조종간을 맡았던 부기장(38세)이 갑자기 의식을 잃으면서 약 10분간 조종실이 무인 상태로 방치됐다.

기장이 복귀해 조종실 출입을 시도했지만, 납치 방지 목적의 보안 시스템으로 인해 출입문이 닫힌 상태에서는 외부에서 강제로 열 수 없었다. 기장은 지정된 코드 입력을 5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조종실 내부 인터폰을 통해 부기장을 호출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다행히 여객기는 자동조종 모드로 설정된 상태였고, 항로 이탈이나 기체 이상 없이 비행을 지속했다. 약 8분 후, 기장은 수동 보안 해제 절차를 통해 조종실에 진입했다. 이때 부기장은 의식을 점차 회복하고 있었으나, 창백한 안색과 땀, 불안정한 동작을 보였다.

기장은 즉시 객실 승무원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고, 탑승 중이던 의사의 응급 처치를 통해 부기장은 안정을 찾았다. 이후 항공기는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 비상 착륙했으며, 부기장은 병원으로 이송돼 발작 장애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기장은 “의식을 잃은 시점을 기억하지 못하며, 너무 급작스러워 이상 징후를 알릴 틈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프트한자 측은 독일 DPA통신에 “사고 사실과 관련 보고서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사내 안전 부서가 자체 조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항공 전문가들은 “자동조종 시스템 덕분에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조종실 내 단독 근무 중 발생 가능한 비상 상황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루프트한자 여객기/Lufthan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