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남은 대선, 수성이냐 탈환이냐

트럼프, 여론조사 계속 고전…승부처서도 밀려

‘2016년 악몽’ 민주당도 “조심, 또 조심” 신중론

도널드 트럼프의 수성이냐, 조 바이든의 탈환이냐. 제59대 미국 대통령 선거(11월3일)가 26일로 꼭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 선택의 시간은 가까워졌지만, 대선 경쟁의 지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현재 판세는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남은 기간 어떤 돌발변수가 나타날지 알 수 없어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론조사는 트럼프 재선 실패를 가리키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집계한 여론조사 평균을 보면, 바이든은 전국 단위 조사 10개에서 트럼프한테 8.7%포인트(p) 앞서고 있다. 그 중 4개는 바이든의 지지율이 50%를 넘어섰다. 플로리다,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6개 경합주에서도 바이든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CNN방송이 18~24일 여론조사기관 SSRS와 공동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3개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모두 앞섰다.

플로리다에서 51% 대 46%, 애리조나에서 49% 대 45%로 오차범위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각각 5%포인트, 4%포인트 따돌렸고, 미시간에서는 52% 대 40%로 두 자릿수로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개 주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승리한 곳이었다.

NBC와 마리스트폴의 14~22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애리조나에서 50% 대 45%로 앞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또 CBS와 유고브의 21~24일 조사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시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48% 대 42%로 앞섰다. 경합주는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8.1%포인트로 이긴 오하이오에선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불과 1%포인트 높았다.

경합주에서 선전을 바탕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정치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9~21일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은 40.9%로 바이든 전 부통령(49.6%)에게 8.7%포인트 뒤처졌다.

전국 지지율 추이를 보면 점점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워싱턴포스트(WP)-ABC방송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15%p 안팎의 격차가 나기도 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40%대 초반으로, 이보다 지지도가 낮았던 경우는 해리 트루먼, 지미 카터,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등 3명뿐이다. 이 중 카터와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고 트루먼만 성공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재선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조지 플로이드 사망 시위가 촉발한 인종 갈등 등이 트럼프 측에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도 7월 기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뒤졌지만 당시 격차는 현재만큼 크지 않았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힐러리 후보는 2016년 7월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1.5%포인트 앞섰고, 당시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도 39% 대 38%로 불과 1%포인트 따돌린 수준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선 1996년 이후 가장 큰 상태라고 분석했다.

뉴스위크는 현직 대통령이 대선이 있는 해 여름 여론조사에서 뒤졌다가 승리한 경우는 1948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유일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로 하는 부활은 72년간 일어나지 않았고, 그는 100일을 남겨놓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역시 동반 추락하는 양상이다.

AP통신과 NORC가 16~20일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2%로 이 기관 조사에서 최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8%였는데, 지난 3월 43% 이후 계속 하락 추세다.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응답은 20%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수락 연설도 하지 못했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던 노스캐롤라이나가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개최를 거부한 데다, 대체지인 플로리다주에선 하루 1만명 넘게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취소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난 대선 당시 승리의 발판으로 작용했던 플로리다주 민심을 되찾을 기회마저 잃게 됐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대내외적으로 연일 초강수를 던지고 있다. 단교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조치로 평가되는 영사관 폐쇄 명령을 내리는가 하면, 오리곤주 포틀랜드 경찰 폭력 항의 시위대에는 연방요원들을 투입해 무차별 체포하고 있다.

모든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에 당선됐던 트럼프가 이번에도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만만하다. 그는 지난주에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나는 지지 않는다. 지금 나오는 여론조사들은 모두 가짜”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모든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던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다.

이제 관건은 ‘샤이 트럼프’로 대변되는 숨은 표의 규모다. 여기에 어떤 돌발 변수가 추가로 불거질지 장담할 수 없어 현재로선 판세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100일 동안 또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 긴장과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안심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다가 정작 대선에서 패배한 악몽이 있기 때문이다.

1988년 대선 때 민주당 마이클 두카키스 후보가 공화당 조지 H.W. 부시 후보를 한때 갤럽 조사에서 17%포인트 차로 앞서다가 본선에서 패배한 사례도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민주당은 현재 우위에 있다고 느끼지만 가변적인 정치지형을 초조하게 살피고 있다”며 “민주당 전략가들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경쟁이 더 좁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P도 바이든 전 부통령의 참모들은 공화당 지지층이 선거전 마지막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끌리면서 선거전이 더 팽팽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주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