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워털루전투 유골, 벨기에 다락방서 40년간 방치

기존엔 단 2구뿐…건설현장에서 발견된 유골 선물받아 보관

금속탐지기로 영국군 유골 4구도 발굴…DNA 분석해 신원확인 기대

워털루 전투 전사자로 추정되는 유골

워털루 전투 전사자로 추정되는 유골

[역사학자 댄 스노우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벨기에 한 가정집 다락방에 워털루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의 유골이 40여 년간 방치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CNN방송 등에 따르면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희생된 1만여명의 군인 대부분이 약탈에 취약했던 공동묘지에 묻힌 까닭에 현재까지 유골로 발견된 건 단 2구뿐이다.

역사학자들은 최근 연구를 통해 현지 농부들이 유골 대부분을 파내 설탕 정제 업계에 팔아 넘겼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벨기에 국가기록원 선임연구원 버나드 윌킨은 작년 11월 한 강연 직후 믿기 힘든 말을 들었다.

한 남성이 워털루 전장 인근 왈롱 플랑세누아에 위치한 자신의 집 다락방에 프로이센인 유골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워털루 전투는 1815년 6월 18일 오늘날의 벨기에 남동쪽 워털루 인근에서 벌어진 전투로 나폴레옹이 이끌던 프랑스군이 영국, 프로이센, 네덜란드 연합군에 대패했다.

나폴레옹 시대 유물을 수집해오던 이 남성은 1980년대 한 친구에게 건설 현장에서 발견된 유골들을 선물 받았다.

작은 전시를 주관해오던 그였지만 유골 전시는 비윤리적이란 판단에 이들을 다락방에서 40여 년간 보관해왔다.

보관하던 유골 중 두개골 1개는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윌킨은 유골들을 직접 확인한 뒤 “놀라움과 감동을 동시에 느꼈다”며 “일부 유골은 칼이나 총검으로 깊이 손상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다락방에 있던 유골은 최소 4명의 군인의 것으로, 함께 발견된 가죽과 단추, 최초 발굴지에 비춰 프로이센인일 것으로 추정됐다.

척추뼈를 비롯한 유골 곳곳의 상처는 칼을 사용하는 근거리 전투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윌킨의 작업을 돕는 독일 군사학자 롭 셰퍼는 “심각한 얼굴 외상을 입은 이 두개골은 그 시대가 실제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골에 대한 추가 법의학 작업을 진행 중이며 연구팀은 추출된 DNA를 통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DNA가 남아있을 확률은 20~30%다.

셰퍼는 “가능성은 작지만 성공한다면 다음 목표는 DNA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련 있는 사람들(후손들)이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다락방 주인의 또 다른 친구 1명은 영국군 유골 4구를 별도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윌킨에 따르면 이 친구는 벨기에 사자의 언덕 인근에서 금속탐지기를 통해 유골들을 발견했다. 워털루 전투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격전을 벌인 곳이다.

유골은 현재 브뤼셀에 옮겨졌으며 왈롱 유산기관 소속 고고학자 도미니크 보스케 등이 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유골 연구가 종료되면 적절한 장례 절차가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