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은 입학 못해” 에모리 의대, 62년만에 사과

입학거절 통지서에 “니그로” 적시…시카고 로욜라대서 결국 의사 꿈 이뤄

흑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이 거부됐다가 62년만에 사과를 받은 매리언 후드 박사 [에모리 대학 웹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이 거부됐다가 62년만에 사과를 받은 매리언 후드 박사 [에모리 대학 웹사이트 캡처]

의대 입학 지원학생에게 ‘니그로'(Negro)라는 이유를 들며 입학을 거절했던 애틀랜타의 에모리 의대가 62년 만에 공식 사과했다.

에모리 의대 비카스 수카미 학장은 최근 산부인과 의사 매리언 후드(83) 박사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인종차별에 근거해 그의 입학을 거부한 데 사과했다고 AJC가 17일 보도했다.

후드 박사는 1959년 8월 에모리 의대에 입학원서를 제출했으나, 대학 측은 일주일도 안 돼 이를 반려했다.

의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후드는 1961년 애틀랜타를 떠나 시카고 로욜라 의대에 진학했다. 재학 중 학비를 벌기 위해 백인 기숙사를 청소했고, 기숙사의 흑인 요리사가 챙겨준 남은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는 1966년 의대를 졸업했고, 1974년 애틀랜타로 돌아와 산부인과 의사가 됐다. 2008년 은퇴할 때까지 7000명 이상의 신생아 출산을 담당했다.

에모리 의대 입학처가 1959년 흑인 학생 매리언 후드에게 보낸 입학 거절 통지서. 거절 사유에 '니그로'(Negro)라고 적혀 있다.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 웹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에모리 의대 입학처가 매리언 후드에 보낸 입학 거절 통지서. 거절 사유에 ‘니그로'(Negro)라고 적혀 있다. [AJC 웹사이트 캡처]

그는 에모리 의대 입학 거절 통지서를 언제나 사무실에 걸어두며 당시의 분노를 잊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번 사과는 미국 노예해방 기념일인 6월 19일 ‘준틴스 데이'(Juneteenth Day)를 앞두고 이뤄졌다.

에모리대학 그레고리 펜브스 총장은 “후드는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입학을 거부당했다”며 “에모리 대학은 한때 후드처럼 뛰어난 학생들이 꿈을 이루는 것을 방해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카미 학장은 후드 박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1959년 인종을 이유로 당신의 입학을 거절한 데 사죄한다”며 “에모리 대학이 공식으로 사과하는데 60년 이상 걸린 점에 대해서도 용서를 빈다”고 밝혔다.

1854년 설립된 에모리 의대는 미국 최고 사립의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대학은 1963년부터 흑인 학생을 받기 시작했으며, 현재 전체 학생 가운데 16%가 흑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