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미국’ 코로나로 살인사건 24% 급증

학교, 교회, 경찰 등 사회기관 팬데믹으로 제 기능 못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겪는 미국에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살인사건이 2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교회, 경찰 등 사회기관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50대 대도시의 범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보고된 살인사건이 전년대비 24% 증가한 3612건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조사 대상이 된 50개 도시 가운데 36개 도시에선 살인사건이 전년보다 두 자릿수 비율로 증가했다. 시카고·필라델피아·디트로이트 등 고질적인 범죄 문제를 안고있던 도시뿐 아니라 오마하·피닉스처럼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도시에서도 살인사건이 늘었다.

옌스 루트비히 시카고대 범죄연구소 교수는 WSJ의 조사 결과에 대해 “각 도시에서 일관적으로 살인사건이 증가했다는 데 놀랐다”고 평했다.

◇ 코로나19로 학교·교회 등 사회기관 소외…저소득층 고통 늘어

일부 분석가들은 이렇게 살인사건이 늘어난 배경으로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경찰·법원·학교·교회 등 사회기관의 소외와 무력화를 꼽았다.

학교는 문을 닫고 청소년들을 집에 보냈다. 교회나 다른 사회 기관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명목으로 폐쇄됐다. 경찰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주민들로부터 큰 반발을 일으켰고,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치안 유지보다는 시위 진압에 무게가 더 실렸다.

살인사건은 도심보다는 도심 외곽의 저소득층 거주 지역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이미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코로나19로부터 가장 많은 고통을 받는 계층이었다.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경찰서의 제프 라 블루 대변인은 “우리 지역사회에서는 총격과 칼부림 사건이 늘었다. 모두 신경이 곤두서 있고 돈이 모자란 상태”라고 토로했다.

다만 50개 대도시에선 강도·빈집털이·강간 등의 범죄는 줄어들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때문에 주민들이 집안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