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애플 비밀 안지킨 대가 ‘톡톡’

애플, 현대차 애플카 초기 협상 발표에 무반응

애플 비밀 유지 기업 문화, 거래기업도 따라야

애플과 거래하는 기업은 절대 그 사실을 외부로 공개하면 안 되며, 최근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이를 다시 입증했다고 경제매체 CNBC가 14일 보도했다.

현대차는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발표 직후 현대차의 주가는 급등했다. 당일 19.42% 급등한 후 주말이 지나고 다시 개장한 11일에도 8.74% 올랐다.

기관투자자는 물론 많은 동학개미도 현대가 만드는 애플카에 기대감을 갖고 현대차 주식 매입에 나섰다.

여러 증권사도 현대차의 목표 주가를 20만원 초반 대에서 30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 이를 부추겼다.

◇ 애플, 현대차 발표에 무반응 일관

하지만 11일 현대차 주가는 장중 28만9000으로 신고가를 쓴 후 나흘 연속 내리막길이다. 이날 현재 가격은 24만원 초반 대를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추세는 현대차의 발표 이후 이후 애플이 무반응을 보인 것과 관련이 있다. 기대를 모았던 13일 애플의 중대 발표에서도 현대차와의 제휴 협상 관련 언급은 일절 없었다.

현대차 주가의 반짝 급등과 뒤이은 후퇴는 애플이 다른 업체들과의 모든 거래에서 비밀 유지와 자사의 재량권을 주장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과 거래하는 회사들은 공기업이건 애플사의 주요 고객이건 엄격한 비공개 협정을 준수할 것을 요구받는다.

◇ 애플의 엄격한 비밀 유지 기업 문화

애플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익명의 사람들에 따르면 애플은 비밀 정보를 다른 경쟁사들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

애플의 공급업체였던 GT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의 파산 절차 과정에서 공개된 계약서에는 애플이 개인의 비밀 유출당 5000만달러(약550억원)를 벌금으로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는 조항도 발견됐다.

아이폰용 강화 유리를 공급하는 코닝의 웬델 위크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화상 인터뷰에서 “애플의 이름을 큰 소리로 떠들고 다니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리는 사내에서도 애플을 ‘코드명’으로 바꿔 부를 정도”라고 말했다.

애플의 비밀 문화는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관련이 있다. 그는 신제품에 발표에서 ‘놀라움과 즐거움'(surprise and delight)을 주는 화려하고 극적인 마케팅 기법에 의존했다.

오늘날에도 애플의 신제품 발표 쇼케이스는 여전히 이 ‘놀라움과 즐거움’을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삼아 진행된다.

CNBC는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애플의 사내 사업수행방침을 인용해 애플의 제휴업체나 공급업체들이 애플과 같은 수준의 비밀 유지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체코 오스트라바(Ostrava)시 인근 노소비체(Nosovice)지역에 위치한 현대차 체코공장에서 직원이 현대차 로고를 붙이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