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37년 양궁 후원, 금메달로 결실

정몽구 명예회장 이어 정의선 회장까지 양궁협회 이끌며 새 역사 써

‘혁신 기술지원’으로 정교함에 힘까지 보태…’주몽의 후예’ 증명했다

현대차그룹의 37년 양궁 후원이 한국 양궁의 신화를 새로 섰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을 연이어 맡으며 비인기 종목이었던 양궁을 세계 최강으로 바꿔놨다.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2021년 도쿄 올림픽 대회’에서 지난 26일까지 전 경기에 걸린 금메달 3개를 모두 차지했다. 양궁 선수단은 올해 신설된 혼성단체전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물론 여자 단체전 9연패, 남자 단체전 2연패 등의 위업을 달성했다. 남녀 개인전도 아직 남아 있다.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의 눈부신 성과는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비인기종목 양궁을 1985년부터 37년간 체계적으로 후원해 온 현대차그룹의 지원이 있었다.

◇”정교함에 첨단 기술을 더했다”…현대차그룹, ‘혁신 기술지원’으로 지원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부터 올해 양궁협회장에 재선임된 정의선 회장까지 현대차그룹은 37년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우수 인재 발굴, 첨단 장비 개발, 양궁 인구의 저변 확대에 기여해 왔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올림픽 전 정의선 회장 주도로 ‘도쿄대회 석권’을 위한 기술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세계 최강의 한국 양궁이지만,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R&D 기술을 접목하면 선수들의 기량을 한 단계 더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기업이 가진 자원과 전문성으로 스포츠 발전 등 사회적 공유 가치를 창출하는 대표적인 CSV(Creating Shared Value) 활동이다.

실제 양궁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한 AI(인공지능), 비전 인식, 3D 프린팅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훈련장비와 훈련기법을 적용했다. 대표적으로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장비인 ‘고정밀 슈팅머신’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데이터 베이스화하는 ‘점수 자동기록 장치’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해 선수들의 긴장도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 △선수 훈련 영상 분석을 위한 자동편집 장비인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를 개발해 선수들의 훈련에 적용했다. 또 △3D 프린터로 선수의 손에 최적화해 제작한 ‘맞춤형 그립’도 대표선수단에 제공했다.

양궁 김제덕이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단체전 8강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2021.7.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고정밀 슈팅머신’은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가 협의해 제작했다. 선수들은 70m 거리에서 슈팅머신으로 화살을 쏘아 신규 화살의 불량 여부를 테스트할 수 있게 됐다. 과녁에 쏘아진 화살이 일정 범위 이내에 탄착군을 형성하면 합격되는 방식이다. 국가대표 선수단도 슈팅머신의 성능에 매우 만족했다고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의 기량 향상을 위해 지원한 또다른 기술은 ‘점수 자동 기록 장치’다. 정밀 센서 기반의 ‘전자 과녁’을 적용해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저장한다. 전자 과녁은 무선 통신을 통해 점수를 모니터 화면에 실시간으로 표시되며, 화살 탄착 위치까지 알 수 있다.

경기나 훈련 중 접촉식 생체신호 측정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첨단 비전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비전 기반의 심박수 측정 장비’도 지원했다. 정교한 심박수 측정을 위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선수 얼굴 영역을 판별하고 주변 노이즈를 걸러내는 별도의 안면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해 적용한 제품이다. 양궁 국가대표 코칭 스태프는 훈련 과정에서 축적된 심박수 정보와 점수 데이터를 연계해 선수의 심리적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데 적극 활용했다.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는 현대차그룹 인공지능 전문 조직 에어스(AIRS) 컴퍼니가 보유한 AI 딥러닝 비전 기술을 활용했다. 선수들의 훈련 영상을 실전을 위한 분석에 용이하도록 자동 편집해 주는 기술로, 선수와 코치는 최적화된 편집 영상을 통해 평소 습관이나 취약점을 집중 분석할 수 있다.

기술 개발을 위해 에어스 컴퍼니는 수천개의 양궁 동작 이미지를 통해 영상에 등장하는 선수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딥러닝 비전 컴퓨팅을 활용했으며, 마찬가지 방식으로 과녁 영상에서 마지막에 꽂힌 화살을 찾아내는 인공지능 모델을 적용했다.

마지막으로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는 3D 스캐너 및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선수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선수들이 이미 손에 맞도록 손질한 그립을 미세한 흠집까지 3D 스캐너로 스캔해 그 모습 그대로 3D 프린터로 재현했다. 1mm 미만의 오차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는 양궁 경기의 특성을 고려할 때 그립의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5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을 관람하고 있다. 2021.7.2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정의선 회장, 도쿄대회 준비 인프라부터 선수단 컨디션까지 돌봐

정의선 회장은 미국 출장을 마치고 곧바로 일본을 찾았다. 도쿄대회에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참석해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서다.

실제 정 회장은 여자 단체전은 물론 남자 단체전까지 금메달 획득의 순간을 함께 하며 주요 경기마다 열띤 응원을 펼치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도 이번 도쿄대회를 위해 양궁 훈련장 등 인프라부터 선수들 심리적 안정까지 세심하게 지원했다.

지난 2019년에도 정 회장은 도쿄대회 양궁 테스트 이벤트 대회 현장을 찾은 바 있다. 대표선수들을 응원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도쿄대회 양궁 경기장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Yumenoshima Park Archery)과 선수촌 시설을 둘러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양궁협회 관계자들과 시설을 꼼꼼하게 살핀 정의선 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진천선수촌에 도쿄대회 양궁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건설하고, 도쿄대회에서 예상되는 음향·방송 환경 등을 적용한 모의 대회를 개최하도록 했다. 지난해 1월에는 대표선수들이 도쿄대회와 동일한 기후 조건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7월말의 도쿄와 유사한 기후인 미얀마 양곤에서 기후 적응을 위한 전지 훈련도 실시했다. 미세한 오차로 승부가 갈리는 양궁은 실전 적응력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올해 5월과 6월에는 네 차례에 걸쳐 스포츠 전문 방송사 중계를 활용해 실제 경기처럼 미디어 실전 훈련을 했다.

여기에 도쿄대회 경기 대기시간에는 편안히 쉴 수 있도록, 휴게 장소에 별도로 선수별 릴렉스 체어를 마련했으며, 마스크·미니소독제·세척제 등으로 구성된 방역키트를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등 방역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

지난달 말에는 선수들에게 전동마사지건과 책 ‘두려움 속으로’를 선물하며, 긴장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최선의 경기를 펼쳐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 회장은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으면서 양궁협회가 원칙을 지키는 투명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협회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는 평이다. 지연,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갑작스런 선수 발탁을 막고 철저하게 경쟁을 통해서만 선발하도록 했다.

명성이나 이전 성적보다는 현재의 실적으로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코칭스태프마저 공채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한다.

여기에 유소년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체계를 구축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양궁대회인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도 열고 있다.

대한민국 양궁 남녀 대표팀이 2016리우하계올림픽 전 종목을 석권했다. 정의선 양궁협회장이 12일(현지시간)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대표팀 선수들과 코치진으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2016.8.1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