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닛산 잡고 혼다 추월 ‘눈앞’

미국시장 점유율 11% ‘질주’…기아는 최초 5%대 돌파

17만대 팔아 혼다와 0.1%p 차…토요타와도 차이 줄여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3개월 연속 최고 판매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일본차와 시장 점유율 격차를 좁히고 있다.

토요타자동차와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혼다는 추월이 멀지 않아 보인다. 닛산은 이미 따돌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17만315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9만1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성장했다. 기아는 8만298대로 75.2%나 늘었다.

역대급 판매 실적에 현대차(5.9%)와 기아(5.1%)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1%까지 높아졌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미국 시장 진출 이래 처음으로 5%를 웃돌았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친 현대차그룹 점유율이 10%를 웃돌면서 개별 기업으로는 GM이나 닛산을 앞질렀다.

지난달 미국 시장 판매 점유율은 토요타자동차(15.2%), 포드(15.1%), 크라이슬러(11.6%), 혼다(11.1%), 현대차·기아(11%) 순이다. 현대차·기아가 GM(10.1%)이나 닛산(7%), 폭스바겐(4.2%)보다 많이 팔았다.

특히 토요타자동차, 혼다 등 일본차와의 격차도 줄여나가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토요타자동차의 지난해 5월 판매 시장 점유율은 5.4%포인트(p) 차이가 났다. 혼다와는 1.5%p였다.

그러나 1년 만에 토요타자동차와 격차는 4.2%p로, 혼다와는 0.1%p로 줄였다.

미국차인 GM은 추월했다. GM의 지난해 5월 판매 시장 점유율은 13.9%였지만, 지난달에는 10.1%로 낮아졌다. 반면 현대차는 같은 기간 9.4%에서 11%로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 호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미국 시장 업황 자체가 내년 상반기까지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이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5년 간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과 생산 설비 확충 등을 위해 74억 달러(한화 8조1417억원)를 투자한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맞춰 미국에서 ‘아이오닉5’와 ‘EV6’를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 등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일본은 전기차 전환이 느린 상태다. 토요타자동차의 경우,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하고 있지만 완전한 전기차 모델은 내년에야 선보일 예정이다. 혼다 역시 상대적으로 전기차 전환이 느린 편이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기차 모델 판매 세계 4위에 오른 반면 일본차 브랜드는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전기차 시장이 빨라질수록 현대차와 기아에게 반등의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앞서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로 2025년 전기차 23종 100만대를 판매하고,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며 ‘글로벌 1위’를 목표로 내세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늘어날수록 현대차와 기아 점유율도 높아질 수 있다”며 “일본차 점유율을 뺏어올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미국 본사 앞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가 충전하고 있다. /HM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