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대형 SUV 출시가 ‘신의 한수’

WSJ “올해 미국시장서 가장 성장한 브랜드…SUV 덕분”

현대차 그룹, 미 시장 점유율 8.6%로 2012년 이후 최대

현대자동차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얼룩진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사들보다 점유율을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자동차 리서치회사 워즈인텔리전스 자료를 인용해 올해 1∼11월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 2012년 이후 최고인 8.6%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매사추세츠주의 현대기아차 매장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년 동기 7.8%에서 0.8%포인트 성장한 것으로 다른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과 비교해 가장 큰 폭의 점유율 증가다.

경쟁사들이 코로나19로 고전하는 가운데 실직하면 최대 6개월의 할부금을 면제해줄 것을 보장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주효했다.

현대·기아차의 미 시장 점유율 확대는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성공과 고급화 노력 덕분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현대·기아차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로 고가 시장을 노크하고, 신형 SUV인 텔루라이드(기아차)와 팰리세이드(현대차)로 미 비평가들의 칭찬을 받았다. 앞서 출시된 현대차 베뉴도 미국의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그 결과 현대차 구매자 가운데 연 소득 10만달러(약 1억1천만원) 이상의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 33%에서 올해 43%로 올라갔다. 같은 기간 기아차도 10만달러 이상 구매자 비중이 23%에서 36%로 뛰었다.

일리노이주에서 현대·기아차 딜러숍 등을 운영하는 라이언 그레모어는 WSJ에 “소비자들은 이제는 기아차를 과거처럼 믿음이 떨어지는 브랜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선전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회사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한국의 자동차 공장이 정상에 가깝게 가동된 덕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경쟁사들이 공급을 정상화할 내년에도 현대차그룹이 미 시장 점유율 증가분을 수성할 수 있을지가 도전 과제라고 신문은 진단했다.

또 과거에 불거진 엔진 결함 등 품질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기아차는 엔진 리콜 과정의 문제를 조사하던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최근 8천100만달러의 과징금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현대차의 공격적인 전기차 투자와 미국 시장의 강세 현상에 고무돼 현대차 주식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