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무역관장의 갑질…여직원에 “뚱뚱하고 못생겼다”

한국 국회, 코트라 국정감사서 콜롬비아 무역관 문제 질타

운전기사엔 “택시기사냐”…”젋고 미모 번듯한 청소원 없나”

공기업 코트라(KOTRA)의 해외무역관 관리자가 현지 직원들에게 행한 인격 모독 등 상습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 국정감사장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권평오 코트라 사장은 “조직 차원에서는 조기 소환이 가장 불명예스러운 조치”라고 답변했다가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산업부문)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콜롬비아 보고타 해외무역관장을 지낸 박모 전 관장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보고타 무역관에 부임했던 박 전 관장은 현지 근무하는 외국인 여직원에게 못 생기고 뚱뚱하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다른 직원들에겐 많이 먹으면 저 여비서처럼 뚱뚱해질 수 있다며 외모 비하 등 인격 모욕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또 6년간 근무했던 관용차 운전기사에게는 ‘택시기사처럼 운전한다. 외교차량 운전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고, 나이 많은 일용직 청소원에겐 청소를 못한다는 핑계로 해고를 유도하며 ‘외모 번듯하고 젊은 아줌마를 찾아보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이 의원은 “박 관장은 지난해 8월 부임 이후 전 직원을 상대로 ‘전부 해고하겠다’, ‘죽여버리겠다’ 등 상습적인 폭언을 해 왔고 부임 이후 현지 직원 6명이 해고되거나 퇴사했는데 상당수가 박 관장의 인격 무시 등 스트레스로 인한 퇴사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조직 관리를 하다보면 부하직원을 아껴주고 싶고, 조직 명예를 위해 이런 일을 덮고 싶겠지만 조직 감싸기, 온정주의적 처벌이 불미스러운 일을 재발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박 전 관장에 대한 처벌 수위가 적절했는지, 재발 방지대책은 없는지를 따져 물었다.

그러자 권평오 코트라 사장은 “특정감사를 통해 법률전문가 등 권고에 따라 (박 전 관장에게) 감봉 3개월을 내렸다. 이보다 해외 근무자를 조기 소환하는 게 가장 불명예스러운 것이고, 현재 (박 전 관장을)조기 소환해 무보직 대기발령 상태로 뒀다”며 “징계 강화방안을 세워서 종합감사 때 보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답변에 대해 다른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 사장의 답변과 관련해 “그 사람 때문에 퇴사하고, 해고당한 사람들은 뭐가 되나”라며 “너무 안이한 시각이다. 조기 소환이 가장 큰 불명예다, 이런 인식 가지고는 안 된다”며 “본국의 관리감독이 소홀한만큼 더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같은당 이성만 의원도 “한 조직의 기강을 잡는 것은 리더가 어떤 판단을 가지고 어떻게 처리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방향으로 결정된다”면서 “코트라 사장님 말씀을 들어보면 공감대가 부족한 것 같다. 다시는 공관의 대표가 우리나라의 이미지 실추시키지 않도록 강력하게 조치해달라”고 강조했다.

권평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사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