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기행] ‘뜨거운 낙지에 숨죽인 대파’

화성 낙지 무침,  알싸한 대파 양념 상추쌈…칼국수 사리 비빔면까지

갯벌서 잡은 낙지에 동네 텃밭서 키운 대파·고추로 맛을 낸 지역음식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보양식을 찾게 되는 6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해안가에서는 마을 갯벌에서 나는 낙지를 단연 으뜸 보양식으로 꼽는다.

화성 서신면 낙지 무침
화성 서신면 낙지 무침 [촬영 최해민]

낙지가 스태미나 식품으로 꼽히는 것은 낙지에 타우린과 히스티딘 등의 아미노산이 풍부해 원기회복과 면역력 강화에 좋기 때문이다.

낙지는 회로도, 샤부샤부나 볶음으로도 먹지만 화성 바닷가에서는 살짝 데쳐 간장과 고춧가루 등으로 양념한 낙지 무침이 대표적이다.

지역 주민들이 주로 찾는다는 서신면 한 낙지 무침 전문점에는 평일 점심인 데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이 음식점이 30년 넘게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마을 갯벌에서 나는 낙지에 이웃들이 텃밭에서 키운 대파, 고추 등으로 양념해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주문이 들어가자 사장은 이날 아침 일찍 궁평항 경매에서 사 온 낙지가 가득한 수족관에서 큼지막한 두 마리를 건져 올렸다.

화성 갯벌서 잡은 낙지
화성 갯벌서 잡은 낙지 [촬영 최해민]

조리법은 간단했다.

낙지는 뜨거운 물에 4∼5분만 데쳐 탱글탱글한 식감을 살린 상태에서 대파와 간장, 고춧가루 등으로 미리 만든 양념에 넣고 무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뜨거운 낙지를 최대한 빨리 양념통에 넣는 것.

사장은 “낙지의 뜨거운 온도로 생 대파의 숨을 죽이는 게 맛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뜨거운 낙지로 대파 숨죽이는 과정
뜨거운 낙지로 대파 숨죽이는 과정 [촬영 최해민]

곧 대파 양념을 곁들인 낙지 무침 한 상이 차려졌다.

먹는 법도 각양각색일 테지만 사장은 맵고 알싸한 대파 맛을 한숨 죽이려면 데친 콩나물을 넣어 상추에 싸서 먹는 것을 추천했다.

상추쌈을 한입에 넣고 씹으니 낙지의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맛에 반쯤 숨이 죽은 대파의 알싸한 맛이 입 안에 가득 퍼졌다.

낙지 무침 상추쌈
낙지 무침 상추쌈 [촬영 최해민]

약간 매운 듯했지만, 꽤 자극적이면서도 낙지의 본래 맛은 살린 특이한 맛이었다.

사장은 “동네 이웃들이 텃밭에서 키운 대파와 고추를 갖다 쓰기 때문에 어떤 집 대파는 약간 더 맵고, 또 어떤 집 고춧가루는 덜 매워서 맛은 그때그때 약간씩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낙지 무침 식사의 마지막 단계는 칼국수 사리를 넣어 비벼 먹는 것이었다.

사리를 시키자 특이하게도 바지락이 듬뿍 들어간 칼국수 한 그릇이 나왔다.

“사리를 주문했는데 잘못 나온 듯하다”고 했더니 사장은 손님들에게 국물도 함께 제공하기 위해 사리도 이렇게 내놓는다고 했다.

칼국수에서 집게로 면만 떠서 남은 낙지 무침에 비비자 새로운 비빔면 요리가 나온 듯했다.

낙지 무침 칼국수 비빔면
낙지 무침 칼국수 비빔면 [촬영 최해민]

대파의 향에 쫄깃한 칼국수면, 바지락 내음이 나는 국물은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화성에서 나는 갯벌 낙지 무침은 아쉽게도 금어기와 맞물려 이달 21일부터 내달 20일까지는 맛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