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면역계 건강, 생후 수개월 안에 결정”

모유 수유가 자가면역 질환 막는 메커니즘 규명

비피더스균의 모유 올리고당 분해가 ‘핵심 변수’

천식, 1형 당뇨병, 크론병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은 미국과 유럽의 아동·청소년에게 유난히 많이 발생한다.

사하라 사막 남쪽 아프리카 등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이런 사례가 적다.

자가면역 질환의 발생 위험은 대체로 유아기에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과학자들이 모유 수유가 이런 효과를 내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열쇠는 장의 미생물 총이 쥐고 있었다.

아기의 장내 균이 모유에 풍부한 HMO(모유 올리고당)를 잘 분해하면 혈액 및 장의 염증이나 면역 기능 이상이 훨씬 덜 생겼다.

미국의 UC 데이비스(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네브래스카대, 네바다대 등과 협력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17일 저널 ‘셀'(Cell)에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를 이끈 페테르 브로딘 교수
연구를 이끈 페테르 브로딘 교수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Stefan Zimmerman]

이 연구의 초점은 신생아의 면역계가 출생 후 수개월 내에 노출되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의 환경 요인에 어떻게 적응해 구체화하는지 규명하는 데 맞춰졌다.

원래 신생아는 복합 당분인 HMO를 스스로 소화해 흡수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모유에 HMO가 많이 들어 있는 건 면역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정 장 박테리아의 진화적 이익과 관련이 있다.

비피더스균(Bifidobacteria)도 그런 세균 종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자가면역 질환 발생률이 낮은 국가의 모유 수유 아기는 대체로 장에 비피더스 유산균이 많다는 연구 보고도 나왔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카롤린스카 의대의 페테르 브로딘 소아 면역학 교수는 “비피더스균은 HMO를 특별히 잘 분해할 뿐 아니라, 모유를 먹는 아기의 장에서 증식해 면역계 발달에 유익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브로딘 교수팀은 2014~2019년 카롤린스카 대학병원에서 태어나 모유를 수유한 신생아 208명의 혈액 샘플로 면역계 발달 상태를 분석했다.

캘리포니아대가 시험한 대조군의 경우 모든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면서 절반만 HMO를 잘 분해하는 비피도박테리움 인판티스(Bifidobacterium infantis EVC001) 균주를 보충했다.

모유와 함께 비피더스균 보충제를 먹은 아기는 장의 ILA((indole-3-lactic acid)와 Galectin-1 수치가 더 높게 나왔다.

ILA는 HMO를 영양분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젖산 성분이고, Galectin-1은 염증을 억제하는 장내 유익균을 보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브로딘 교수는 “(아기 때) 면역계의 조절 메커니즘이 자리 잡으면 커서도 알레르기, 천식, 자가면역 질환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라면서 “이번에 발견한 메커니즘의 일부는 예방적 차원을 넘어서 그런 질병의 치료법으로 개발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브로딘 교수와 동료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에 참여한 유아들에게 아토피성 습진, 천식, 알레르기 등이 어느 정도 생겼는지 더 긴 시간을 잡고 추적 연구할 예정이다.

또 알레르기 발생률이 훨씬 낮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유아를 대상으로 면역계 발달 과정을 비교 연구하는 것도 중장기 계획에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