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법원도 “하버드대, 아시아계 입학차별 안했다”

재판부 “하버드대, 제한적으로만 인종 고려…다양성 위한 것”

아시아계 점수 낮은 건 “인종 때문 아냐”…연방대법원서 결판

하버드대가 아시아계 대입 지원자를 차별한다는 주장이 2심 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고 측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보수 우위’로 재편된 연방대법원이 어떤 최종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보스턴의 제1연방항소법원은 12일 하버드대가 대입 심사 과정에서 인종을 활용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고 로이터와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하버드대의 입학 절차는 캠퍼스의 다양성 증진을 위해 제한적으로 인종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 어긋나지 않고, 따라서 연방 민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샌드라 린치 판사는 “하버드대의 제한적인 인종 활용은 허용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지 않다”며 “인종을 의식한 하버드대의 입학 프로그램은 이 대학이 다양성의 혜택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판시했다.

하버드대가 아시아계를 차별했다는 주장에 대해 린치 판사는 입학 지원자가 4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이 대학 입시 절차가 “편견이 작용할 리스크를 상쇄해준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은 소수인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에 반대하는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이라는 단체가 하버드대를 상대로 “캠퍼스 내 인종적 균형 유지를 위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입학자 수를 줄이고 있다”며 제기한 것이다.

하버드대가 흑인, 히스패닉 등 다른 소수인종 그룹을 우대하기 위해 아시아계를 의도적으로 차별해 “인종적으로 페널티를 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단체는 하버드대 입학사정관들이 아시아계 미국인 지원자를 차별하기 위해 ‘개인평가 점수’를 활용했다고 주장한다. 6년간의 입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아시아계 미국인 지원자가 최고의 학업 성적을 제출했음에도 개인평가 점수는 가장 낮았다는 사실이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하버드대의 개인평가 점수가 지원자의 인종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봤다. 인종보다는 지원자의 에세이나 추천서가 개인평가 점수에서 더 큰 외부 변수가 됐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1심 법원도 하버드대 입학 프로그램이 “완벽하지는 않다”면서도 의도적인 인종 차별은 아니라며 대학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앨리슨 버로우스 판사는 “다른 실행 가능한 중립적인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소송 과정에서 연방 법무부는 하버드대가 인종차별을 한다며 원고 측을 지지하는 서면 입장을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이와 별도로 지난달 또 다른 명문 예일대를 상대로 아시아계와 백인 입학 지원자 차별 의혹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에드워드 블럼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 대표는 성명을 내고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혔다.

블럼 대표는 “대법관들에게 하버드대와 모든 대학들의 불공정하고 반헌법적인 인종 기반 입학 정책을 끝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레이철 데인 하버드대 대변인은 “지금은 다양성과 기회에 대한 시계를 거꾸로 돌릴 때가 아니다”며 2심 결정을 환영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대 3의 보수 우위로 만들어놓은 대법관 구도가 최종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대입 과정에서 인종을 제한적인 판단 요소로 활용해도 좋다는 40년 넘은 기존 판례가 뒤집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버드대 캠퍼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