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마지노선까지 무너졌다

AMC·유니버설 ‘깜짝 딜’…독점상영기간 17일로 단축

온라인 대세에 밀려 ’90일 극장서 독점상영’ 룰 폐기

“전대미문의 역사적 거래…영화산업 전반에 충격파”

온라인 영화 출시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신작 영화를 90일 동안 극장에서 먼저 상영토록 했던 미국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룰이 무너졌다.

미국의 최대 극장 체인인 AMC와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 제작사 유니버설 픽쳐스는 28일 신작 영화의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을 90일에서 17일로 단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미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 등이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작 영화의 오프라인 개봉이 줄줄이 지연되면서 미국의 영화 산업을 지배하던 규칙 하나가 깨진 것이다.

90일 의무상영의 족쇄를 벗어던진 유니버설은 AMC 극장에서 개봉한 지 17일이 지난 영화에 대해선 언제든지 온라인 대여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게 됐다.

유니버설은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극장에서 장기 상영하는 방식을 택하되 코미디와 공포물 등의 장르 영화와 중·저예산 영화를 온라인 시장에 조기에 풀어 수익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MC는 독점 상영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대신 유니버설이 프리미엄 주문형 비디오(PVOD)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공유하기로 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AMC가 온라인 대여 수익의 10%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극장주와 영화 제작사를 대표하는 할리우드 두 공룡의 ‘깜짝 딜’은 영화 배급 방식을 둘러싼 양사의 갈등이 계기가 됐다.

유니버설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3월 애니메이션 ‘트롤:월드투어’의 극장 개봉을 생략하고 온라인 대여 시장에 바로 내놓았고, 출시 3주 만에 1억달러(1197억원) 매출을 올리는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AMC는 유니버설의 ‘영화관 패싱’에 반발하며 극장 문을 다시 열더라도 유니버설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극장 폐쇄 장기화로 AMC가 경영의 어려움을 겪게 되자 독점 상영 기간을 단축하고 온라인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거래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CNBC는 전했다.

유니버설의 도나 랭글리 회장은 성명에서 “이번 계약은 영화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소비자의 수요를 맞추는 결정”이라고 밝혔고, 애덤 에런 AMC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영화 생태계의 새 수익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수십 년 동안 극장주들이 굳게 지킨 90일 독점 상영의 둑이 무너졌다면서 양사의 계약을 “전대미문의 역사적인 거래”라고 평가했다.

버라이어티는 “이번 거래는 영화 출시와 배급 방식을 바꾸며 영화산업 전반에 충격파를 안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대 극장 체인 AMC 로고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