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피묻은 대통령 흉상, 존 루이스 유물도 파괴

약탈로 얼룩진 의사당…의원 명패 박살 내고 노트북 절도

곳곳 총탄 흔적…바이든 사진 아래 “대통령 아니다” 문구

트럼프 지지자들이 연방의회에 난입해 벌인 약탈과 파괴의 현장이 영상과 사진을 통해 공개됐다.

NBC 방송 등 미국 주요 언론은 7일 시위대가 유린한 의회 건물 내부 모습을 보도했다.

‘마가'(MAGA) 모자와 유리 파편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 의회 건물은 4시간가량 이어진 시위대의 난동으로 곳곳이 아수라장이 됐다. 깨진 유리창 파편과 파손된 집기가 의원 사무실과 복도 바닥에 널려 있었고, 시위대가 버린 쓰레기 더미가 여기저기에 쌓였다.

의원실 출입문은 부서졌고, 책상에는 최루탄 가루와 먼지가 두껍게 쌓였다. 의회 복도 바닥은 최루탄 가루 위에 남겨진 시위대의 발자국으로 어지러웠다.

의회 출입문 한 곳의 유리창에는 총알이 뚫고 지나간 흔적이 남았고, 대리석 내벽 곳곳도 총탄 흔적으로 얼룩졌다.

총탄 흔적이 남은 대리석 벽 [트위터 캡처]

의회 출입문 유리창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사진 아래에 극좌 성향의 반파시즘 단체인 ‘안티파’를 욕하는 글과 함께 “(바이든은)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덕지덕지 붙었다.

의회 홀에 전시된 재커리 테일러 제12대 미국 대통령 흉상의 얼굴 부위에는 누가 남겼는지 모를 피가 묻었고, 의회 측은 흉상을 비닐로 덮어 가리는 임시 조치를 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집무실은 시위대의 표적이 됐다.

시위대가 휩쓸고 간 상원 사무처장 사무실
[트위터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시위대는 의장실 책상을 뒤져 사무용품을 훔쳐서 달아났고, 의원 명패와 거울 등 사무실 집기를 박살 냈다.

특히 백인우월주의자들은 흑인 인권운동의 아이콘인 고 존 루이스 의원(애틀랜타, 민주)을 기리는 기념물을 파손하기도 했다. 스테이 호이어 하원 원내총무(메릴랜드, 민주)는 트위터를 통해 “폭도들이 수치스럽게도 우리의 형제 존 루이스의 기념물을 파괘했다”면서 “그의 말대로 우리는 항상 일어나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처

 

또한 제프 머클리 상원 의원(민주·오리건) 사무실도 큰 피해를 봤다. 출입문이 부서지고 사무실 노트북이 도난당했다.

벽에 걸려있던 그림은 떨어져 나갔고, 사무실 한구석에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버리고 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깃발이 놓여있었다.

심지어 시위대가 의원실에서 담배를 피운 뒤 사진틀에 비벼서 끈 꽁초도 발견됐다.

엘리자베스 맥도너 상원 사무처장 사무실도 시위대에 의해 난장판이 됐다.

사무실 바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각종 서류가 어지럽게 널려있었고, 시위대가 버리고 간 마스크와 플라스틱 물병이 발견됐다.

CNN 기자는 사무처장 사무실 내부를 찍어 트위터에 공유했고, 해당 동영상은 740만회 조회됐다.

영상을 시청한 네티즌들은 “약탈자와 테러리스트를 체포하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해 비용을 청구하라”는 댓글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