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 패션·식품 협업…”맛있는 옷 팝니다”

농심, 2012년 ‘신라면 티셔츠’로 브랜드 전세계에 알려

소주·스낵·라면 등 굿즈 출시 봇물…”MZ 세대에 효과”

#농심은 지난 2012년 ‘신라면’ 이미지를 활용한 티셔츠를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해외 13개국에서 판매했다.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기 시작한 신라면의 매운맛을 전 세계에 알리는 혁신적인 마케팅이었다.

당시 패션 브랜드가 먼저 농심에 티셔츠 제작을 제안하고 디자인에 1년을 투자해 화제가 됐다. 농심의 신라면 티셔츠는 오늘날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식품과 패션 브랜드 협업의 ‘시초’로도 불린다.

패션과 식음료 브랜드가 경계를 허문 이색 협업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소비자에게 색다른 브랜드 경험을 선사해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맥주와 소주 아이스크림·스낵과 같은 제품이 입고 걸치는 패션 굿즈로 재탄생하며 특별한 소비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패션·뷰티와 식음료업계가 협업한 한정판 제품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농심이 2012년 선보인 ‘신라면’ 티셔츠 (농심 제공)© News1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9년 품절대란을 일으킨 참이슬 백팩에 이어 진로 팩소주 디자인을 사용한 ‘진로백팩’을 400개 한정 수량으로 출시했다. 제품은 진로 미니 팩 소주를 원형 그대로 옮긴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진로 상징인 두꺼비 심볼을 포인트 디자인으로 넣어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젊은 층 소비자를 중심으로 공략하기 위해 온라인 스토어 무신사에서 판매를 결정했다.

팔도는 최근 ‘왕뚜껑 모자’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판매했다. 왕뚜껑 모자는 흰 모자를 쓴 여성이 왕뚜껑 라면을 먹다 모자챙이 국물에 물든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제품으로, 팔도가 해당 고객을 찾아 직접 왕뚜껑 모자를 선물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농심은 앞서 인기 장수 과자 ‘바나나킥’을 활용한 ‘크록스’ 신발을 선보였다. 크록스는 부드러운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 통풍과 물 빠짐이 수월한 독특한 형태의 신발 브랜드다. 90개 국가에서 7억 켤레가 넘게 팔리고 있다. 크록스 구멍에 끼워 신발을 디자인할 수 있는 ‘지비츠 참’은 농심 시그니처 과자 새우깡·쫄병스낵 캐릭터를 활용했다.

진로백팩(진로 인스타그램)© 뉴스1

식품업계와 패션업계의 협업은 양쪽 모두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마케팅이다. 식품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색다르게 홍보할 수 있고 패션업계는 독특한 패션 소품으로 소비자 눈길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품 브랜드라고 해서 누구나 ‘일탈’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수 브랜드가 아니면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나 로고가 인식되지 않아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확실하고 분명한 브랜드 이미지가 있어야만 이종 제품과 만났을 때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진다”며 “라면이나 스낵도 장수 제품일수록 효과가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패션업계와 이색 협업 트렌드는 장수 식품 브랜드들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데 따른 변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인기를 누렸던 식품들이 주요 소비층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며 “올드한 이미지 식품 브랜드가 실용성 높은 패션 상품이나 굿즈로 재탄생해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 크록스 굿즈(농심 인스타그램)©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