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MS, 틱톡 인수하면 ‘뒷돈’ 내야”

“정부가 MS에 틱톡 인수 기회 줬으니 보은 당연”

MS “인수하면 미국에 적절한 경제적 이익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해 중국 소셜미디어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을 인수할 경우 정부가 일종의 부동산 수수료인 ‘키 머니(key money)’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키 머니’는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임대하기 위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제공하는 ‘뒷돈’으로 미국 부동산에서도 불법적인 관행으로 인식돼 왔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MS에 틱톡 인수를 위한 협상 기회를 마련해줬기 때문에 거래 가격의 상당 부분이 재무부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 트럼프 “정부가 MS에 틱톡 인수 기회 준 것”

트럼프 대통령은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지난 일요일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MS가 중국 인터넷 기업인 바이트댄스로부터 틱톡을 인수하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MS가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에서 틱톡 사업을 인수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정부가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지금 현재 MS는 틱톡 인수와 관련해 아무런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며 “MS는 30% 정도만 관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나델라 CEO에게 ‘이러한 거래는 MS든 다른 기업이든 크고 안전한 미국 기업이 매입해야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 트럼프 “MS가 지불해야 하는 돈은 ‘키 머니'”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와 MS의 관계를 집주인과 세입자에 비유하며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지불하는 ‘키 머니'(key money, 권리금)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은 훌륭한 자산이지만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는한 인수할 수 없다”며 “재무부가 많은 돈을 받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 MS “미국에 적절한 경제적 이익 제공할 것”

MS 블로그 게시물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키 머니’ 발언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MS는 다만 “완전한 보안 검토를 거쳐 틱톡을 인수하고 미국 재무부를 포함한 미국에 적절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것을 공언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MS가 신속하게 협상에 임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9월15일까지 협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 “부동산 업자 출신 대통령의 수수료 욕심”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복비'(key money) 발언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를 거부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보수 성향 언론인 WSJ조차 틱톡을 인수하려는 MS로부터 돈을 거둬들이려는 대통령에 반발하고 나선 것. 불법적인 관행이자 기업의 체면을 깎는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WSJ는 이같은 돈에 민간 기업으로부터 정부로 건네지는 것을 반대했다. 미 정부의 압박이 없으면 매각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전에 미 정부가 민간 기업에 자금을 조달해주거나 구제금융을 주선해서 보상을 받은 적이 있었어도 이런 성격의 돈은 전례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중개 수수료(finder’s fee)는 불법적 관행이라면서 백악관이 조용히 그 제안을 철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정치 문제를 종종 돈 문제로 혼동해 왔다”고 꼬집으면서 그 예로 결국 미국 소비자의 돈이었음에도 중국으로부터 받은 관세로 미 정부가 수십억 달러 수입을 더 거뒀다고 말한 것 등을 들었다.

일각에서는 뉴욕의 부동산 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 아파트를 렌트할 때 편법으로 실시돼오던 ‘키 머니’를 외교문제에 끌여들여 나라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틱톡 로고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