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대법원 관세 판결이 최대 변수…관세 수입은 2000억달러 육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한 2000달러 규모의 ‘관세 배당금(dividend)’ 지급 시점을 올해 말로 거론했지만, 실제 실행 여부는 연방대법원의 관세 합법성 판단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의회 승인 없이도 가능하다”며 관세 수입을 활용한 현금 지급 구상을 재확인하고, 지급 시점에 대해 “연말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세 정책을 통해 “국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돌려주고 국가 부채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기준 미국이 거둬들인 관세 수입은 약 1950억달러에 달했으며, 10~11월 두 달 동안 추가로 620억달러가 걷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관세가 수천억달러, 나아가 수조달러를 창출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정적 현실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비영리 싱크탱크인 조세재단(Tax Foundation)의 에리카 요크 부회장은 “소득 상위층을 제외하더라도 2000달러 지급에는 최소 3000억달러 이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재정책임위원회(CRFB)는 이 정책이 시행될 경우 10년간 재정적자가 6조달러 증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관세 배당금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요크 부회장은 “현금 지급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며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관세 배당금 지급을 분명히 원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일정이나 집행 방식은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이 같은 구상은 현재 연방대법원이 심리 중인 관세 권한 소송 결과에 따라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것이 적법한지를 놓고 판단을 앞두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9일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대법원은 관세와 무관한 판결 1건만을 공개하며 결정을 미뤘다. 다음 판결 선고일은 14일로 예정돼 있으나, 관세 사건이 언제 포함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재무부와 백악관 내부에서도 ‘절충적 판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권한을 일부 제한하되, 전면 무효나 전액 환급은 명령하지 않는 방식이다. 실제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최근 “여러 요소가 뒤섞인 ‘미시매시(mishmash)’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베센트 장관은 “관세를 통해 현재와 유사한 수준의 세수를 확보하는 능력 자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문제는 대통령이 국가안보나 협상 수단으로 관세를 활용할 유연성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관세에 제동을 걸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법적 수단을 활용해 유사한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행정부는 1962년 무역확장법 등 최소 3가지 다른 법적 수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세 환급이 현실화될 경우, 재정 부담은 배당금 구상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재무부에 따르면 관세 수입은 2025회계연도에 약 1950억달러, 2026회계연도 들어서도 이미 620억달러가 걷혔다. 환급이 발생할 경우, 이 재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월가 역시 대법원 판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대법원은 관세 전면 철회부터 부분 제한까지 폭넓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며 “기존 관세의 범위를 좁히되, 향후 적용을 제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관세 정책이 물가에 미친 영향은 현재까지는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달리, 최근 미국의 무역적자는 크게 줄었고, 지난해 10월 무역적자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