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플로리다는 우편투표 괜찮아”

“공화당 주지사라서 문제없다” 고무줄 잣대

‘결사반대’ 대선 연기론까지 거론하다 ‘돌변’

‘민주당 주지사’ 네바다주엔 소송 강행 방침

“공화당이면 괜찮고, 민주당이면 부정선거를 유발한다?”

‘우편투표=사기’ 프레임을 내세워 대선 연기론까지 제안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 플로리다주에선 오히려 우편투표를 독려하며 그 이유로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라는 점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 문제를 놓고 주지사 당적에 따라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혼선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자신의 주소지이자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우편투표를 권장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우편투표와 관련해 돌연 급선회한 배경에 대한 질문을 받자 “플로리다에는 훌륭한 공화당 주지사가 있다. 그리고 훌륭한 공화당 주지사가 있었다”고 답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 힐이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론 디샌티스 현 주지사와 그 전임자인 릭 스콧 상원의원을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명의 훌륭한 (전·현직) 주지사가 있다. 그리고 그들은 오랜 기간 부재자 투표를 매우 전문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로리다가 매우 잘 운영되는 주라면서 “이들 두 (전·현직) 주지사가 부재자투표 및 심지어 우편투표에 관해서도 훌륭한 시스템을 확보해놨다”며 플로리다주에 전적인 신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편투표 용지를 보내고 받는 업무와 관련해 플로리다의 우체국 종사자들이 네바다주와 같은 다른 주보다 더 유능하다는 식의 언급도 했다고 더 힐이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것을 우편투표로 부르든 부재자 투표로 부르든, 플로리다에서 선거시스템은 안전하고 확실하며 믿을 수 있고 진실하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플로리다주에 일단 국한한 것이긴 하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 우편투표가 부정선거로 이어질 것이라며 맹공을 펴왔던 태도에서 180도 돌변한 것이다.

또한 민주당 소속 스티브 시솔락이 주지사를 맡은 네바다주가 보편적 우편투표 도입 법안을 통과시킨 데 소송을 걸겠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해당 주의 주지사가 어느 당 소속이냐에 따라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는 반대하면서도 지난달 31일 공화당 유권자들을 상대로 부재자투표를 독려하면서 자신도 부재자투표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말 주소지를 뉴욕 맨해튼에서 플로리다 팜비치로 옮겼다.

이와 관련, 플로리다주의 경우 아예 지난 2016년 주 법령에서 ‘부재자투표’라는 용어가 ‘우편투표’라는 용어로 아예 대체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편투표 확대와 관련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11월 3일 대선 연기 가능성을 전격 거론하는 ‘폭탄 트윗’을 날렸다가 거센 후폭풍 속에 9시간 만에 ‘철회’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 주 동안 우편투표의 잠재적 위험을 공격해놓고 공화당 주인 플로리다에서는 유권자들에게 우편투표를 권장했다”며 혼란의 씨를 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0.8.4 EPA/Chris Kleponis / P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