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소 대배심 제도, 한국선 검찰개혁 모델 거론

일반 시민이 검찰 수사 검증해 기소 여부 결정…수사권도 가져

헌법 5조에 ‘중죄는 대배심 기소 필요’ 명시…정부 사법권 견제

3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성추문 입막음’ 혐의와 관련해 기소하기로 결정한 미국 뉴욕주 맨해튼의 대배심(grand jury)은 한국에는 없는 제도다.

일반 시민이 검찰의 수사 내용을 검증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 검찰이 기소권을 가진 한국에서는 검찰 개혁 차원에서 도입 필요가 제기돼왔다.

정부의 사법권 남용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로 영국에서 유래됐다. 미국헌법 제5조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중죄는 대배심의 기소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배심은 유·무죄는 다루지 않으며 특정인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해 기소 여부만 결정한다.

뉴욕주의 ‘대배심원 핸드북’은 대배심원에 대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기소하는 ‘칼’이자 근거 없는 고발로부터 무고한 사람을 보호하는 ‘방패'”로 책임이 막중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대배심은 수사 권한이 있으며 증인을 소환해 심문하거나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대배심 절차는 증인의 협조를 확보하고 배심원이 외부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며 배심원은 수사 내용에 대해 발설할 수 없다.

재판이 아니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만큼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만을 판단하기 때문에 피고소인의 증언이 의무가 아니며 이 때문에 피고소인은 자신이 조사받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마이클 코언 전 트럼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 전 트럼프 개인 변호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증인에게는 비밀 유지 의무가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대배심의 수사가 비공개인데도 지금까지 미국 언론이 그 내용을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은 증인과 증인의 변호인을 취재했기 때문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이번 사건에서 검찰의 핵심 증인이었는데 그는 자신의 증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말해왔다.

대배심은 16∼23명으로 구성되며 뉴욕주에서는 23명이다.

정족수를 채우려면 최소 16명이 참석해야 하며 투표를 통해 12명이 동의해야 기소할 수 있다.

뉴욕주의 대배심원 자격은 18세 이상 미국 시민으로 해당 카운티 주민이어야 하며 영어로 소통할 수 있고 중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기록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는 검찰이 독점한 기소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대배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년전부터 나왔다.

작년 4월 전국평검사회의에서도 검찰 중립성 강화를 위한 통제장치 중 하나로 “영미법상의 대배심 제도를 채택해서 수사 개시부터 종결, 기소까지 감시하는 장치”를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