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기업체, 트럼프 측 “명예훼손” 고소

‘음모론’ 제기 보수매체도 대상…도미니언 선거보안 책임자 “모든 조치 다할 것”

11·3 대선을 조작했다는 주장에 휘말린 투표기 업체가 도널드 트럼프 캠프 측과 보수 매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대선에서 일부 주가 사용한 투표기를 만든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의 선거시스템 보안 책임자인 에릭 쿠머는 도널드 트럼프 캠프, 캠프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와 시드니 파월을 명예훼손 혐의로 콜로라도 덴버 카운티 지방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AP통신과 NBC방송이 23일 보도했다.

보수 매체인 뉴스맥스와 원아메리카뉴스네트워크(OANN), 보수 칼럼니스트 미셸 멀킨, 콜로라도 보수 활동가 조셉 올트먼 등도 피소 대상에 올랐다.

이날 법적 대응에 앞서 도미니언은 최근 파월에게 ‘근거 없는 거짓 주장을 공개적으로 철회하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측 인사들은 일부 주에 개표 장비를 제공한 도미니언이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유리하게 표를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도미니언 측은 이를 부인해왔다. 음모론을 뒷받침을 어떤 증거도 없었다고 AP 등은 전했다.

앞서 도미니언과 또 다른 투표기 업체인 스마트매틱이 이 같은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하자 폭스뉴스와 뉴스맥스는 최근 그간의 주장 일부를 철회하는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NBC에 따르면 보수 활동가 올트먼은 대선 직후 쿠머가 대선 조작에 가담했다고 팟캐스트를 통해 주장했고, 이런 주장은 보수 칼럼니스트 멀킨 등과의 인터뷰,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의 트윗, OANN의 보도 등으로 널리 퍼졌다.

팩트체크 전문사이트인 스놉스는 올트먼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어떤 요청에도 협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 변호사 파월은 지난달 기자회견과 뉴스맥스 인터뷰에서 쿠머의 소셜미디어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13년 숨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지시로 베네수엘라에서 만든 소프트웨어가 도미니언 투표기에 사용됐다고도 했다.

소장에 따르면 줄리아니 역시 당시 회견에서 쿠머를 향해 “악랄하고 증오에 찬 남자다. 그는 대통령에 대해 끔찍한 글을 썼다”고 말했다.

도미니언 개표기의 조작 주장이 확산하자 쿠머에 대한 살해 위협도 있었다고 NBC는 보도했다. 쿠머는 이달 초 우파 웹사이트가 자신의 사진과 집 주소, 가족에 대한 세부 사항을 게시했다고 AP에 전했다.

쿠머는 성명에서 “정치적으로 의제를 설정한 이들이 날 대중 관심을 받도록 했지만, 난 평범한 사람”이라며 “이전 삶을 되찾도록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투표기업체 도미니언의 선거시스템 보안책임자인 에릭 쿠머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