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 거주 나치 전범, 95세에 독일로 추방

미국서 62년 살다 적발…ICE “미국은 전범 도피처 아니다”

19세때 수용소 경비원 복무…본인은 “2주만 일했다” 주장

독일당국 수사…”전쟁범죄 처리, 일본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본이 강제로 동원한 전쟁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규정하는 망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 사태 와중에 미국 이민당국이 미국에 62년간 거주해온 95세의 나치 전범을 독일로 전격 추방해 화제가 되고 있다.

20일 AP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연방 이민세관국(ICE)은 테네시주 멤피스에 거주하던 프레드릭 칼 베르거(95)를 최근 독일로 추방했다. 베르거는 현재 독일 경찰에 인계돼 전쟁범죄 연루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CE는 이날 성명을 통해 “베르거는 지난 1945년 독일 노이엔감메 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것으로 드러나 적법한 절차를 거쳐 독일로 추방됐다”면서 “베르거는 지금도 독일 시민권을 갖고 있으며 나치의 전쟁중 처형 행위에 대한 조력 혐의가 드러나 추방 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곳에는 유대인 수용자는 물론 러시아, 네덜란드, 폴란드 민간인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정적이 수용돼 있었다.

또 수용자들은 2대의 배에 나뉘어 발트해의 뤼베크 항구에 정박해 있었는데, 영국 전투기의 오인 공격으로 인해 전쟁 마지막 주에 수백 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참사도 발생했다.

몇 년 뒤 침몰한 배에서 서류를 건져냈고, 법무부의 역사 담당자들은 이를 통해 베르거가 수용소에서 복무한 기록을 찾아냈다.

베르거가 전시 복무를 포함해 독일에서 고용된 것에 근거해 독일로부터 연금을 받는 사실도 추방 결정의 근거가 됐다. 그는 독일 해군에서 근무하다 2차 대전 마지막 몇 달간 이 수용소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을 탈출해 캐나다를 거쳐 1959년 미국으로 이민해 62년간 거주해온 베르거는 미국에서 추방된 나치 전범 가운데 최고령자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베르거는 진술을 통해 “당시 19세에 불과했고 2차 대전 말미에 약 2주간만 수용소에서 일했으며 근무 도중 살인이나 잔혹행위를 목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959년 미국 입국 당시의 베르거/Department of Justice via AFP

하지만 베르거가 “수용자들이 도주하지 못하도록 막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그에 대한 처벌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독일 검찰은 수용소 경비원들이 직접 살인이나 잔혹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포로들의 도주를 막았다는 혐의만으로 기소해 처벌하고 있다.

베르거가 근무했던 노이엔감메 수용소는 끔찍한 수용 환경과 악명높은 잔혹행위로 악명이 높은 곳이었으며 이로 인해 총 4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일 검찰은 “베르거가 근무하던 2주 동안에만 7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추방 절차를 담당했던 연방 법무부 몬티 윌킨슨 장관 대행은 “베르거의 추방은 미국이 인류에 대한 나치 전범들의 도피처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베르거의 추방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과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과거 전쟁중 벌어진 범죄와 관련한 일본의 대응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독일에 입국한 베르거/Credit=Theresa Edwards/Farrgut News-Shopper via Daily 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