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커 칼슨 마저…트럼프 지지자들 “배신자”

폭스뉴스 간판앵커, 트럼프 변호사에 “증거 내놓으라” 요구

보수성향 매체인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에게 부정선거의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다가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발단은 폭스뉴스의 프라임타임 쇼 ‘터커 칼슨 투나잇’의 진행자 터커 칼슨이 지난 19일 방송에서 자신이 트럼프 캠프의 법률고문 시드니 파월에게 연락해 선거사기 주장에 대한 증거를 요구했다고 밝힌 것이었다.

칼슨은 방송에서 파월 등 트럼프 캠프의 부정선거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미국의 역사상 가장 큰 단일 범죄일 수 있다”면서 “우리가 (근거를 대라고) 계속 압박하자 그녀는 화를 냈고 우리에게 그만 연락하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캠프의 다른 이들에게 확인했을 때도 그들은 파월이 어떤 증거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파월은 오늘 어떤 것도 내놓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파월 등 트럼프 캠프 법률자문역들의 부정선거 주장은 신뢰할 수도 없고 근거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는 얘기였다.

칼슨은 방송에서 시드니 파월 등 트럼프 캠프 변호사들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지아주에서 4명의 사망자가 투표를 했다”고 주장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11얼라이브 뉴스 등 지역 방송과 조지아주 내무부 등은 해당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칼슨의 주장이 허위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 조직적인 부정선거와 투표 사기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 측은 같은 날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법무팀을 총동원해 기자회견까지 열어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한 바 있다. 이때 역시 파월 변호사도 참석했다.

칼슨의 방송 발언에 대해 트럼프의 핵심 지지자들이 결집하며 비난하고 있다. 특히 칼슨은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외교 참모’로 불릴 정도로 그동안 방송에서 노골적으로 친트럼프 성향을 드러내 왔던 터라 그의 방송에서의 코멘트는 이들에게 중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극우성향 논객 러시 림보의 방송 프로듀서인 보 스너들리는 트위터에서 칼슨을 향해 “선거가 공정했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나”라고 몰아세웠다.

트럼프 지지자로 작가이자 보수성향 팟캐스트 진행자인 루시 밸리자데는 칼슨과 폭스뉴스를 향해 우파진영의 분노에 대해 “칼슨이 폭스뉴스에서 일하는 한 그는 신뢰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터커 칼슨이 트럼프의 변호사에게 과감하게 질문하고 반격은 신속했다’는 기사에서 이런 내용을 전하면서 “대통령의 동맹군이 칼슨의 배신을 비난하며 재빨리 시드니 파월과 그의 음모론 뒤로 집결했다”고 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앞서 칼슨의 발언 전에는 폭스뉴스가 공화당의 아성이었던 애리조나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다른 어떤 주요매체보다도 먼저 예측하자 ‘배신’이라면서 분개했다.

부정선거를 소리높여 주장하는 트럼프의 핵심 지지자들과 달리 주로 침묵을 택하는 공화당 선출직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NYT는 칼슨과 폭스뉴스를 비난하는 트럼프 핵심 지지자들의 목소리와 반대로 침묵을 지키는 공화당 지도부의 상반된 분위기를 전하며 “공화당원들 사이에 얼마나 대통령과 그의 부정선거 주장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없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아울러 공화당 선출직들이 트럼프에만 관심이 있고 당은 안중에도 없는 트럼프 핵심 지지자들을 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침묵하고 있다면서, 이런 ‘공포’가 보수성향 매체들 역시 줄 세워왔다고 덧붙였다.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중 한 명인 터커 칼슨.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