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연 20% 수익률 보장’의 비밀은…’폰지 사기’

“루나 사태, 몇달 뒤 터졌으면 전체 가상화폐 시장으로 번졌을 것”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의 세계적 열풍을 몰고 온 ‘연 20% 수익률’의 비결은 신규 투자자의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보장하는 ‘폰지 사기’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 일찍부터 루나와 UST의 위험성을 지적해왔던 가상화폐 업계 베테랑인 케빈 저우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2011년 가상화폐 업계에 뛰어든 저우는 ‘버터코인’이라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일했으며 가상화폐 투자 헤지펀드 ‘갈루아 캐피털’을 설립,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월가의 유명 헤지펀드들도 선뜻 보장하기 어려운 수익률로, 이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세간의 궁금증이 일었다.

저우는 이 고수익의 비결을 테라폼 랩스가 보유한 루나에서 찾았다.

루나는 스테이블 코인인 UST의 가치를 1달러에 고정(페깅)하는 데 활용되는 가상화폐다.

테라폼 랩스가 보유한 루나를 할인된 가격에 팔아 약속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데 썼다는 것이다.

그는 “수익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가 없을 때는 사실상 미래의 ‘호구'(bag holder)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뒤늦게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가 현 투자자의 수익을 위해 돈을 대주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였다는 의미다.

이론적으로는 테라폼 랩스가 앵커 프로토콜로 제공하는 수익률을 낮췄다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었겠지만, 그로 인해 투자자들이 UST 시장 자체를 떠날 위험이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한창 성공 가도를 달리던 UST 생태계가 무너지게 된 계기는 테라폼 랩스가 UST의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비트코인을 대거 사들인 것이 계기가 됐다고 저우는 진단했다.

당초 UST 생태계가 복잡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자동 복원되는 체계로 설계됐다고 주장하고선 유사시 대안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한 것은 UST 생태계가 스스로 굴러갈 수 없는 체계임을 자인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루나는 외부에서 더 많은 돈을 끊임없이 투입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는 ‘유사 영구기관’인 셈이다.

저우는 “메커니즘이 한번 붕괴하자 이를 막아줄 서킷 브레이커가 없었다. 연방준비제도의 긴급 대출도 없었고, 민간 투자자의 구제금융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루나·UST 폭락 사태 이후 가상화폐 시장은 대체로 안정을 되찾아가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대다수 가상화폐의 가격이 급락했다가 이제 어느 정도 회복하는 등 이번 사태가 가상화폐 시장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은 과장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다만 UST와 같은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이번 사태로 사라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가상화폐 거래소 FTX를 창업한 샘 뱅크맨-프라이드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이른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로 뒷받침되는 스테이블 코인과 같은 방식으로 안정적인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구조화 상품에 가깝고 관련 리스크를 정당화하려면 그 가치가 오를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앞으로 몇 달이 지나 UST·루나가 더 성장했을 때 이번 사태가 터졌더라면 디파이(탈중앙화 금융)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같은 사건으로 번졌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 8일 기준 UST의 시가총액은 186억달러(약 23조9천억원)였다.

이처럼 UST의 규모가 테더(시총 832억달러), USDC(시총 487억달러)에 이어 스테이블 코인 3위에 머물렀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더 번지지 않았지만, 좀 더 나중에 터졌더라면 이야기가 달랐을 것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UST·루나 폭락으로 가상화폐 시장이 망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사태를 아슬아슬하게 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나 폭락, 가상화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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