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뉴노멀은 ‘옮겨다니는 확산지’

조지아 등 남부지역 감소하자 이번엔 중서부 불안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지가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는 현상이 ‘뉴 노멀'(새로운 정상)이 됐다고 CNN 방송이 25일 보도했다.

미국내 발병 초기인 3∼4월 뉴욕·뉴저지주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진 코로나19는 이후 6∼7월 ‘선벨트’로 불리는 캘리포니아·플로리다·텍사스·애리조나주를 새 근거지로 삼아 맹위를 떨쳤다.

지난달 말부터 이들 선벨트 지역에서 코로나19의 기세가 수그러들자 이번에는 일부 중서부의 주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점증하고 있다.

CNN은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 미 남부의 7일간 인구 10만명당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환자 수는 이달 5일 22.65명에서 12일 19.64명, 19일 16.15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중서부에서는 이 수치가 이달 5일 13.00명에서 12일 12.87명으로 감소했다가 19일 13.57명으로 상승했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지난 한 달 내내 환자 수가 증가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최근 남부를 포함한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진전이 보이는 가운데 미 중부가 코로나19에 갇히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레드필드 국장은 “그게 바로 미 중부가 완화 조치(의 필요성)를 깨닫는 게 중요한 이유”라며 “바로 지금 심장부에 3차 유행이 일어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서부에서 확산의 조짐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주나 시 차원에서 시행되는 땜질식 처방과 격리 장기화의 피로, 중서부가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을 모면했다는 점 등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존스홉킨스 의료안보센터의 아메시 어달자 박사는 주 정부들의 대처를 “상황과 꼭 맞아떨어지지는 않는 잡탕식 정책”이라고 표현하며 연방정부의 강력한 대처가 부재한 가운데 한 주가 저지른 실수를 다른 주가 되풀이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가 7월 말 중서부 주지사들에게 경고를 보냈다고 밝혔다.

바로 지금이 코로나19 환자 수가 가파르게 급증하기 전 이를 방지할 적기라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실제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시장은 비상사태령을 내년 1월까지 연장하며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쓰도록 했고, 오하이오 주지사는 박람회와 관련된 규제를 내놨다.

그러나 중서부는 뉴욕시처럼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을 직접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경고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실정이다.

노스웨스턴대학 파인버그의학대학원의 롭 머피 전염병학 교수는 뉴욕의 재앙을 본 뒤 중서부의 주지사들은 정파에 관계없이 조심스러웠고 그 결과 그동안 환자 수가 적었다고 말했다.

머피 교수는 “그다음에 중서부에서 일어난 일은 뉴욕이나 남부의 유행처럼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사태가 서서히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됐고, 사안이 매우 정치적으로 변했다”며 “사람들은 이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란 사실을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일리노이주의 월마트 매장에서 한 쇼핑객이 마스크를 쓴 채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