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또다른 그늘, ‘홍역’ 급증

지난해 홍역 사망자 21만명…23년만에 최다

WHO “코로나 확산에 26개국 예방접종 중단”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86만9770명이 홍역에 걸렸고, 이 중 20만7500명이 숨졌다고 12일 발표했다.

지난해 홍역 사망자는 1996년 이래 23년 만에 가장 많았고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6년보다 50%나 증가했다.

홍역 사망자 95%는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했다.

환자의 73%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마다가스카르와 카스피해 인근의 조지아, 카자흐스탄, 남태평양 섬나라 사모아, 통가, 발칸반도의 북마케도니아에서 나왔다.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6개국에서 예방접종 사업이 중단되면서 9400만여명이 홍역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AP에 따르면 이들 26개국 중 백신 접종을 재개한 국가는 브라질,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네팔, 나이지리아, 필리핀, 소말리아 등 8개국뿐이다.

WHO는 전체 인구 중 95%가 면역체계를 갖춰야 홍역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다만 올해 홍역 확진자는 감소했다.

WHO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실시한 방역수칙들이 다른 전염병 유행을 막는 데에도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세계백신연합(GAVI)의 세스 버클리는 “우리는 홍역을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다”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이고, 비용효율적인 백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홍역으로 숨지는 사람이 발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이번 발표로 전 세계 아동이 홍역에 노출됐음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호흡기 감염증인 홍역은 5살 이하 어린이가 주로 걸리며, 영양상태가 부실하거나 면역력이 약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홍역에 걸리면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기침과 고열, 결막염 등 증상이 발생한다.

WHO에 따르면 1963년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매년 약 260만명이 홍역으로 목숨을 잃었다.

홍역 예방주사 맞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어린이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