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아시안 슈퍼히어로 영화 ‘샹치’ 평가는?

미국서는 호평 일색…한국 관객들은 호불호 엇갈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스틸 컷

마블 영화 최초로 동양인 슈퍼히어로를 앞세운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감독 데스킨 다니엘 크리튼)이 초반 흥행에 성공 중이다. 지난 1일 개봉 첫날 13만 8144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꿰찬 이 영화의 상영관에는 개봉 첫 주말에도 많은 관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북미에서도 최초의 아시안 슈퍼히어로라는 점으로 인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 샹치 역할을 맡은 중국계 캐나다인 배우 시무 리우는 최근 진행한 한국 기자들과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이 영화의 중요성은 두 번 강조해도 모자라다, 아시아계 사람들이 큰 스크린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슈퍼히어로가 되는 것을 보는 것은 너무나 좋은 기회”라고 그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포스터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이전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동양인(아시아계 미국인과 아시아인을 모두 포함)을 내세운 영화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배우 전원을 동양인으로 캐스팅해 흥행에 성공했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이 그 시작점이었다.

2020년에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주요 부문 4개상을 수상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어 같은 해 열린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영화 ‘페어웰’의 아콰피나가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뮤지컬 코미디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올해는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한국인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에 성공했다.

물론 과거 이소룡이나 성룡의 액션 영화가 주목을 받았고, 대만 출신 이안 감독처럼 할리우드에 진출해 크게 성공한 아시아인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동양인의 얼굴을 가진 배우들이 메이저 영화에서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난 캐릭터를, 그것도 주인공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주인공인 시무 리우와 아콰피나를 비롯해 장멍, 양조위, 양자경까지 거의 모든 배역이 동양인인 영화다. 어떤 의미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으로 시작된 할리우드에서의 ‘아시안 인베이전'(Asia Invasion)의 뒤를 잇는 작품인 셈이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스틸 컷 © 뉴스1

3일 개봉하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대한 북미 언론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샹치는 신선하고 살아있다, 예전의 MCU와는 다르다”(뉴욕 포스트) “일부는 과장되고 일부는 뭉툭하며 마지막에는 초현실적인 면까지 있지만 당신은 만족하며 극장을 떠날 것이다”(AP) “나는 시퀄을 두려워한다, 마블 시퀄들에 대해서도 그렇다, 왜냐면 그것들은 종종 예상과 다른 것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샹치’는 거기서도 성공할지 모른다, 여기서는 확실히 성공했다”(시카고 트리뷴)와 같은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 비록 “주인공이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이 부족하다”(뉴욕 매거진) “마블만의 유니크한 관점을 제시하기 보다는 동양 문화에 대한 피상적인 표식들을 사용했다”(뉴욕 타임스) 등 비판도 있지만, 190여명 영화 전문가들이 평가한 로튼 토마토 지수는 92%에 이른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양조위 캐릭터 포스터

미국보다 이틀 앞서 국내에서 개봉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대한 우리나라 관객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모양새다. 영화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관객들도 많지만, 그간 우리 관객들이 마블 영화에 크게 열광해왔던 점을 고려할 때 ‘불호’의 반응이 좀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관객들은 대부분 흔히 봐왔던 중국 무협 영화식 액션을 답습한 점과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전개에 대해 지적한다. 특히 쿵푸를 기반으로 한 중국 무협 영화에서 볼 것 같은 액션 시퀀스들은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적 취향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호의적인 반응은 아시아 스타 양조위의 연기에 가장 집중된다. ‘해피 투게더’나 ‘화양연화’ 같은 영화를 통해 수십년간 사랑받아온 양조위는 액션 블록버스터인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도 섬세하고 깊은 연기로 악당 캐릭터에 기품을 더했다는 평을 듣는다. 또한 마블 영화 특유의 즐거운 무드와 통쾌한 액션 시퀀스들에 대해서도 호의적인 평이 존재한다. 인종차별이 오랫동안 국가적인 문제로 여겨져 온 미국에서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성취한 다양성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지만, 정작 아시아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상징적인 의미를 차치하고 ‘마블 영화’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평가를 받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