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정의선의 승부수…”미국에 대규모 투자”

“리더그룹 올라서야” 절박감…”밀리면 현대 미래도 없다”

현대차그룹, 5년간 8.1조원 투자…”미래모빌리티에 집중”

바이든 정부 정책에 호응…”현지서 전기차 생산 나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과 생산 설비 확충 등을 위해 74억 달러(한화 8조1417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내 제품 경쟁력 강화와 생산설비 향상 등은 물론 전기차, 수소, 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투자를 집중하기로 했다.

◇절박한 미국 투자…”리더 그룹 도약 위한 결정”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는 절박함과 맞닿아 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와 수소차로 급변하는 등 대전환기를 맞았다. 기존 영역만 고수하다가는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의선 회장은 미래 혁신 기술 투자를 통해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미국 내 리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미래 모빌리티에 승부수를 걸었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연간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연간 총투자 규모를 20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핵심 사업장과 연구(R&D) 시설이 대부분 위치한 국내에 투자가 집중되지만, 모빌리티 변화가 가장 빠르고 혁신 기술이 나오는 미국 시장을 잡기 위해선 현지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에 공개한 미국 투자액은 연간으로 따지면 1조6000억원 수준이다.

특히 미국에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바이든 정부 정책에 발맞추는 의미도 있다. 바이든 정부의 통상 정책은 트럼프 정부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앞다퉈 미국 투자에 나서면서 현대차도 고심이 깊었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그린뉴딜’과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정의선 회장은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미국 투자를 결정했다는 평이다.

현대자동차 몽고메리 공장/HMMA

 

◇미국 전기차 생산,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 연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이오닉 5’, ‘EV 6’ 등 전기차 모델의 미국 현지 생산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내년 중 첫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생산시설은 앨라배마와 조지아의 기존 공장을 확장해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미 확장 준비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지 시장 상황과 미국의 친환경차 정책 등을 검토해 생산설비 확충 등 단계적으로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모델의 현지 생산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미국 바이든 정부는 친환경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한데 이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도 재확인했다.

‘친환경차 산업에서 10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나 배터리의 미국 현지 생산을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강력한 정책들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 지난 1월에는 정부기관의 공용차량을 미국산 부품 50% 이상을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또 올 7월에는 미 환경보호청(EPA)이 더욱 강화된 온실가스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전미자동차노조는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미국 판매를 위해서는 현지 생산을 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미국 현지 생산 계획을 밝힌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국 내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미국 생산을 위한 투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확고한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라며 “미국 전기차 신규 수요 창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의 이관은 없으며 국내 공장은 전기차 핵심 기지로서 역할을 지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 ‘속도’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는 전기차 생산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소 생태계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자율주행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실제 현대차는 미국 내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해 미국 정부 및 기업들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 미 연방 에너지부(DOE)와 수소 및 수소연료전지 기술혁신 및 글로벌 저변 확대를 위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또 현지 기업들과 △수소충전 인프라 실증 △항만 등과 연계된 수소전기트럭 활용 물류 운송 △수소전기트럭 상용화 시범사업 △연료전지시스템 공급 등을 추진한다.

이미 미국 수소충전 전문기업과 수소전기트럭 기반의 수소충전 인프라에 대한 실증사업에 나섰으며, 항만과 내륙 물류기지 간의 수소전기트럭을 활용한 물류 시범사업을 펼칠 준비 중이다. 대형 물류기업과 올 하반기부터 수소전기트럭 상용화 시범사업도 전개할 예정이다.

이외에 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사업 추진으로 미래 혁신 성장 분야의 경쟁력도 확고히 하기로 했다.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FO) 겸 북미 현대차 사장은 “이번 투자로 현대차는 미국과 전 세계에서 모빌리티의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며 “우리의 노력은 현대차가 현재와 미래의 제품 라인업에서 계속해서 우수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증거”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