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부통령 어디 갔나?…”존재감 떨어져” 평가

이민·투표권 등 난제 떠맡아…전염병과 캐스팅보트에 발 묶여

과중한 업무에 견제설까지…측근은 “대통령 보좌가 주요 역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인 오는 20일은 대선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임기가 1년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자메이카와 인도 출신 부부에게서 태어난 해리스는 미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첫 흑인 및 아시아계 부통령이라는 각종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하지만 지금 해리스 부통령의 어깨는 무거워 보인다.

이렇다 보니 1년이 지난 지금 해리스 부통령은 뚜렷한 역할 부재 속에 존재감이 약하다는 부정적 평가도 받는다.

바이든 대통령 참모들의 견제 속에 전폭적 지원을 얻지 못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최근 수석 대변인 등 해리스 부통령의 참모들이 부통령실을 떠나는 일이 생겼는데, 과중한 업무 부담에다 해리스의 힘든 스타일 때문이라는 일부 참모들의 불평도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더욱이 해리스 부통령은 상원 의원 시절 진보적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낸 정치인으로 분류됐는데, 취임 이후 관련 쟁점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아 진보 지지층의 좌절을 불러왔다는 얘기도 있다.

한때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높았지만, 지난달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 44%, 반대 54%로 바이든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친정인 민주당이 상원에서 공화당과 50대 50의 동수를 이루는 정치 환경이 제약 요인이었다고 설명한다.

전염병 대유행 탓에 해리스 부통령이 원하는 만큼 대면 행사를 열지 못했고, 해외 순방 역시 관례 수준에서 했을 뿐, 나머지는 화상 회담이나 전화 통화로 대체할 정도로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여야 의석이 동수인 상원에서 당연직 의장으로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해야 하는 처지도 해리스를 주로 워싱턴에 묶은 요인이 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1년 새 무려 15번의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는데, 이는 근래 부통령 중 가장 많은 것이었다고 AP는 전했다.

부통령 역사학자인 조엘 골드스틴은 캐스팅보트는 힘이나 영향력의 원천이 아니라며 “그녀가 다른 일을 할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을 지원키로 한 문제로 프랑스와 첨예한 갈등이 불거졌을 때 프랑스를 직접 방문해 다독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포함해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힘든 결정을 내릴 때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해리스 측의 설명이다.

또 해리스가 임산부 사망 등 그간 백악관의 시선을 끌지 못한 주제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의회 협상 과정에서 흑인 의원 모임의 지지를 끌어내는데 도움을 줬다고도 강조한다.

첫 여성이자 유색인종 부통령으로서 과도한 관심이 오히려 해리스의 성과를 왜곡했다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 전략가인 캐런 피니는 AP에 해리스는 대규모 취재단이 있을 정도로 전례 없는 수준의 관심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일정한 성차별주의와 인종차별주의도 있었다며 “이런 보도는 본질보다는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다”고 촌평했다.

부통령이라는 자리 자체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이다 보니 빛을 내기보다는 궂은일을 도맡는 사례가 많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로이 닐은 “가장 좋은 시절조차도 부통령이 빛을 발하기는 어렵다”며 부통령은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주요 이슈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측근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앞서나가지 않도록 조심할 뿐만 아니라 행정부가 잘한 일을 자신의 공으로 인정받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A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