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국 마이크론 제재에 한국이 불편한 처지

한국 정부 “기업이 결정할 문제”…마이크론 “한 자릿수 매출 타격”

중국의 제재를 받은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시장 공백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울 가능성과 관련, 한국이 불편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마이크론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D램 시장을 장악 중인 가운데, 마이크론 제품들이 산업표준에 따라 만들어지는 만큼 중국에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의해 손쉽게 대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WSJ은 지정학적 요인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반도체업계가 마이크론의 공백을 대체하지 않도록 미국이 한국 측에 요청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와 관련,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주 외신 인터뷰에서 관련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그러한 요청을 받더라도 이는 개별 기업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정부가 기업에 무엇을 하거나 하지 말도록 지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마이크론 로고
마이크론 로고 반도체회사 제작 김민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도 전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정부 대응과 관련해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사업을 하니 양쪽을 감안해서 잘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FT는 이 발언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시장 공백을 메우려 해도 한국 정부가 나서서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고 해석하기도 했는데,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전혀 그런 의도가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21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마이크론 제품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자국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에 대해 이 회사 제품 구매를 중지하도록 했다.

지난해 매출의 약 25%를 차지한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마이크론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JP모건 간담회서 “중국의 조치에 따른 회사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한 자릿수일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런 발언은 마이크론의 주가 하락을 제한했다. 나스닥 상장사인 마이크론의 주가는 2.8% 하락한 66.23달러를 기록했다.

머피 CFO는 “20년 넘게 중국에서 영업해왔지만, 보안 문제와 관련해 고객사의 문제 제기는 없었다”면서 “중국 정부가 어떤 우려를 가졌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