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없이 전기차 배터리 만들 수 있을까?

NYT “중국, 희귀광물 채굴·제련·대량 생산 구축까지 전과정 장악

“CATL 등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한일 경쟁업체 희생시켜 성장”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를 견제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배터리 시장 지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 진단했다.

NYT는 향후 수십년간 누가 경제적, 지정학적 우위에 설지를 결정할 배터리 경쟁에서 현재까지 유일한 승자는 중국이라며 “세계는 중국 없이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답은 부정적이다. 다른 나라들이 희귀 광물 채굴에서부터 제련, 엔지니어 훈련, 대규모 생산시설 구축까지 배터리 생산의 모든 과정을 선도하는 중국을 따라잡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첫 번째 이유는 중국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희귀 광물들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다른 나라의 광물 자원에 큰돈을 투자함으로써 5개 대륙에 걸쳐 다수 광산회사의 지분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 세계 코발트 채굴량의 41%, 리튬 채굴량의 28%, 니켈 채굴량의 6%, 망간 채굴량의 5%를 각각 중국이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원자재 컨설팅회사 CRU 그룹은 추산했다.

중국은 전 세계 코발트의 과반을 공급하는 콩고 광산들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안정적인 니켈 공급망을 확보했다.

자국 땅에 많이 매장된 흑연의 경우 글로벌 채굴량의 78%를 중국이 장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기업들도 합성 흑연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생산 비용이 훨씬 비싸다.

서방 기업들은 중국처럼 정권이 불안정하고 노동 인권이 취약한 나라들에 거액을 투자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갖고 있다.

중국이 가진 더 큰 우위는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희귀 광물 대부분의 제련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철 또는 구리의 서너 배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배터리 광물의 제련 공정은 정부 지원으로 값싼 에너지와 공장 부지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중국 기업들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저렴하게 대량으로 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제련 과정에서 초래되는 환경오염도 관련 규제가 엄격한 서방 기업들이 중국을 따라잡기 어려운 원인 중 하나다.

배터리 핵심부품의 대부분을 중국이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가장 핵심적인 소재로 꼽히는 양극재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니켈, 코발트, 망간으로 만드는 ‘NMC 양극재’가 대세였으나 중국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제품을 내세워 글로벌 양극재 시장의 77%를 차지한 상태다.

LFP 양극재는 서방이 중국의 희귀 광물 지배를 극복할 수 있는 우회 경로가 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중국이 먼저 장악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중국 기업들은 배터리 음극재의 92%, 분리막의 74%, 전해질의 82%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배터리를 장착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서방보다 앞서있다는 점 역시 중국의 배터리 시장 지배를 공고화한다.

신문은 중국 정부가 2015년 외국 배터리 경쟁업체를 차단해 거의 모든 중국산 전기차가 자국 배터리를 탑재하게 됐다며 “CATL과 BYD 등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한국과 일본 경쟁자들을 희생시켜 성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이 북미나 유럽 국가의 절반 정도의 비용으로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우위의 요소가 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IRA 시행 등을 통해 추격에 나섰지만 이미 연구 지원, 정부 계약, 소비자 보조금 등으로 1300억달러를 ‘배터리 굴기’에 투자한 중국과의 격차가 크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전문가들은 다른 어떤 나라도 배터리 공급망에서 자립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수석고문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중국과 협력하지 않고 전기차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