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한미일 정상회담 날 대만서 대규모 군사훈련

대만 집권 민진당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부총통
대만 집권 민진당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부총통 [대만 중앙통신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군이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차기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부총통의 미국 경유 남미 방문에 대응해 19일 대만 주변 해역에서 해군·공군 합동 순찰과 훈련을 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스이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날 “동부전구가 대만섬 주변에서 해군·공군 연합 전시 대비 순찰과 병력 합동 훈련을 했다”면서 “함선과 항공기의 협동, 제해·제공권 장악 등을 중점 훈련했고, 동부전구의 부대 연합 작전 실전 능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스 대변인은 “이는 ‘대만 독립’ 분열세력과 외부세력이 결탁해 도발하는 것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 CNN 방송은 이번 군사훈련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정상을 초청해 3국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중국과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열렸다”며 정상회담 개최가 이번 군사훈련의 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라이 부총통은 지난 13일 중간 기착지인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교민 오찬에서 “대만의 평화가 세계의 평화”라며 “많은 나라들이 대만을 지지하고 대만해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는 등 미국 방문 기간 공세적인 메시지를 연이어 발신했다.

중국은 라이 부총통의 발언을 겨냥해 외교부와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미대사관 등을 동원해 연일 ‘골칫거리 제조자’ 등의 원색적인 표현으로 강하게 비난했으며 그의 경유를 받아들인 미국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중국공산당 중앙대만공작판공실 책임자 역시 이날 “최근 라이칭더는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구실로 미국을 들렀고, ‘대만 독립’이라는 언사를 공공연히 퍼뜨렸으며, 파라과이에 있는 기간 미국 고관들을 공개적으로 만났다”며 “이는 민진당 당국이 미국과의 결탁을 강화해 다시 한번 도발해오는 것으로, 우리는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 책임자는 “우리는 평화통일을 위해 넓은 공간을 만들 용의가 있지만, ‘대만 독립’을 위한 분열 활동에는 어떠한 여지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합의를 확실히 준수해 신중히 대만 문제를 처리할 것을 엄정히 알린다”고 덧붙였다.

그간 중국군은 라이 부총통의 귀국에 맞춰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예고하는 한편 육·해·공군을 총동원한 실전에 가까운 훈련 영상을 공개하면서 군사적 압박 수위도 높여왔다.

일각에선 중국이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올해 4월 차이잉원 총통·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회동을 이유로 실행한 ‘대만 봉쇄’ 훈련이 이번에도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상연 대표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