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틴스, ‘그냥 쉬는날’ 전락에 상술 악용

1865년 텍사스주 노예해방 기념…작년 공휴일 지정

‘자유·인종평등 가치 되새기는 의미 실종’ 비판 커져

연방 정부에 의해 공휴일로 지정돼 올해 두번째로 시행된 ‘준틴스 데이'(Juneteenth Day)를 두고 뒷말이 많다.

미국의 노예해방을 기념한다는 기본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기업의 마케팅에나 이용되는 그저 그런 기념일로 변질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준틴스 데이인 6월 19일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작년 6월 17일 연방 공휴일로 지정했다.

노예해방 포고령은 2년 반 전인 1863년 1월 1일에 나왔으나 텍사스주에는 흑인을 놓아주지 않는 노예주들이 많았다.

마지막 노예까지 해방됐다는 점을 들어 6월 19일은 미국 내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자유를 상징하는 날로 자리를 잡았다.

준틴스 데이 기념행사는 텍사스주 휴스턴 인근 지역에서 야외 요리회와 행진, 음악회, 강연 등의 형식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다가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억울하게 숨진 사건의 여파로 전국적 관심을 얻었다.

플로이드는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9분간 목이 눌려 질식사했다.

그 사건은 이후 1년 넘게 이어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촉발했고 그해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되기도 했다. 유색인종 지지층이 두꺼운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정권은 집권 첫해인 작년 6월 18일 준틴스 데이를 연방 공휴일로 지정했다.

악시오스는 준틴스 데이가 연방 공휴일로 두 번째 해를 맞았지만 의미가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악시오스는 기념일을 맞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모습이 기업의 상술이라고 지적했다.

할인매장 월마트는 준틴스 기념판 아이스크림을 광고했다가 소셜미디어에서 비난을 받은 뒤 철회했다.

인디애나폴리스 어린이 박물관은 ‘준틴스 수박 샐러드’를 팔다가 비판을 받고 사과했다.

가구업체 이케아는 작년에 수박과 닭튀김이 포함된 ‘준틴스 특별메뉴’를 만들어 팔다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에서 수박과 닭튀김은 흑인들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통한다.

준틴스 데이를 공휴일로 받아들이는 주 정부나 기업도 아직 많지 않다.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 가운데 준틴스 데이를 공휴일로 정한 주는 18곳에 불과하다.

이날을 유급휴일로 정한 미국 기업도 33% 정도였고 시행을 검토한다는 기업도 11%에 그쳤다.

인종차별 의제는 미국 내에서 진보와 보수 진영의 관점이 엇갈리는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다.

민주당은 미국 내 인종차별이 사회경제적으로 고착된 구조적 문제라고 보지만 공화당은 그런 시각에 몸서리부터 친다.

공화당이 장악한 플로리다주는 비판적 인종이론(CRT) 등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최근 일선 학교에서 쓰는 교과서 수십 종의 승인을 거부하기도 했다.

CRT는 미국 내 인종차별이 개인이 아닌 백인이 주도해온 사회 체계와 법률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는 이론이다. 플로리다 주 정부는 이를 학생들을 세뇌하기 위한 도구라고 비판한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구소 에디 글로드 소장은 “이런 사회에서 이런 종류의 공휴일은 그냥 상술에 접수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글로드 소장은 “준틴스 데이는 한때 노예였다가 풀려난 사람들을 위한 자유와 해방의 날”이라며 “상술에 이용하거나 단순히 하루 쉬는 날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시카고 도심에서 열린 ‘준틴스데이’ 집회 [신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