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루이스 마지막 여정…트럼프-바이든 엇갈린 행보

‘동지’ 바이든, 델라웨어서 달려와…’껄끄러운 관계’ 트럼프는 ‘조문 패스’

지난 17일 타계한 미국 흑인 민권운동의 대부 존 루이스(민주·조지아) 하원의원이 27일 워싱턴DC 의회 중앙홀에 안치됐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워싱턴DC를 찾아 조문 행렬에 동참한 반면 생전 고인과 껄끄러운 관계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조문 계획이 없다며 노스캐롤라이나로 떠나는 등 고인에 대한 추모를 놓고 두 사람 간에 엇갈린 행보가 연출됐다.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은 이날 오후 의회 추모 행사가 끝난 시각, 의사당 중앙홀을 찾아 루이스 의원을 기렸다.

바이든 전 부통령 부부는 중앙홀에 들어선 뒤 손을 가슴 위에 올려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했으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잠시 관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있어 이번 워싱턴DC 방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를 벗어난 드문 공개 외출로, 이번 행보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캠프가 분주한 기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두 사람은 의회에 함께 몸담았던 20년, 그리고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있던 8년간 ‘친구’로 지냈다고 전했다. 루이스 의원은 지난 2011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로 떠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루이스 의원을 기리기 위해 의회를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전에 루이스 의원과 불편한 관계였다.

루이스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자 ‘러시아 스캔들’ 등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을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공개 선언했고, 이듬해 1월 대통령 취임식에도 불참했다. 그런 그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루이스 의원이 세상을 떠난 다음 날인 18일 골프를 친 뒤 오후에 짧은 애도 트윗을 날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부인 캐런 펜스 여사가 이날 저녁 플로리다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대로 의사당을 찾는다고 정치전문매체 더 힐이 보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 부부의 의회 방문이 이뤄지기에 앞서 루이스 의원의 시신은 이날 이른 오후 중앙홀에 안치됐으며 여야 동료 의원들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작별의 인사를 고했다. 영면에 들어가기 전에 30여년간 몸담은 이곳에서 마지막 이별식이 거행된 것이다.

CNN방송은 루이스 의원이 의회 중앙홀에 안치되는 첫 흑인 의원이라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일라이자 커밍스 하원의원은 의회에 안치되는 영예를 누린 첫 흑인의원이라는 역사를 썼지만, 중앙홀이 아닌 스테튜어리 홀(Statuary Hall)에 안치됐다.

WP는 “타계한 존 루이스 의원의 시신이 의사당으로 돌아왔다”며 “그는 ‘의회의 양심’으로 폭넓게 추앙받았으며, 대통령과 고위 관료, 의원들이 누웠던 곳에 안치됐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추모 행사에서 “존 루이스가 애국자들의 사원에 합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과 같은 단 위에서 쉬게 된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루이스는 절박함 속에 살았다. 왜냐하면 그 과업은 절박했기 때문”이라며 “그를 둘러싼 세상이 그에게 비통함을 안겼지만 그는 끈질기게 모든 이들을 존경과 사랑으로 대했다”고 추모했다.

운구 행렬은 의회에 도착하기 전에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 기념관, 링컨 기념관, 최근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시위사태 속에 조성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거리 등 워싱턴DC 내 민권운동의 상징적인 장소들을 들르는 마지막 여정에 나섰다.

루이스 의원의 관이 워싱턴DC에 도착한 것은 공교롭게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를 떠난 직후였다고 더 힐이 전했다.

루이스 의원의 시신은 28일까지 이틀간 의사당에 머문다. 27일 저녁부터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일반인 조문을 위해 의사당 계단 위 야외에 안치됐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7일 성조기에 덮인 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중앙홀에 안치된 흑인 민권운동의 대부 존 루이스 하원의원의 시신이 담긴 관 위에 손을 얹으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