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의 불법 구금·인종차별·인권침해 주장…약 200명 법적 대응 검토
지난 9월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협력업체 한국인 기술자들이 “왜 체포됐는지 여전히 모른다”며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ABC방송은 10일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돕기 위해 온 한국 엔지니어들이 족쇄를 차고 귀국했다”며 “이들은 여전히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체포된 김모 씨는 조지아주 약 3000에이커(약 1214만㎡) 부지에 건설 중인 현대-LG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장비 설치와 기술 이전을 담당하던 숙련 기술자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제조업 부흥의 한 축을 맡고 있다고 믿었지만, 9월 4일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지난 9월 4일 오전 무장 요원들이 공장에 들이닥쳤다. 김 씨는 “총을 든 요원들과 헬리콥터, 드론이 동원됐고, 이민 단속요원들이 비자 상태에 따라 사람들을 분류했다”며 “영문 체포영장을 읽지 못한 채 연행됐다”고 말했다. ICE는 이 단속을 “국토안보수사국 역사상 최대 규모 단일 현장 단속”이라고 밝혔다.
김 씨에 따르면 요원들은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손목과 발목, 가슴에 족쇄를 채웠다. “무장한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왜 체포됐는지도 모른 채 끌려가는 건 공포 그 자체였다”고 그는 말했다. 구금 중 일부는 넘어져 다치기도 했다.
이후 500명 이상이 연행됐고, 이 중 300여 명이 한국인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이들은 ICE 구금시설로 이송돼 60~80명씩 좁은 ‘포드(pod)’라 불리는 공간에 수용됐다.
김 씨는 “곰팡이가 핀 매트리스와 악취 나는 물, 사생활이 없는 화장실에서 지냈다”며 “경비원 중 일부는 김정은 이야기를 하며 눈을 찢는 제스처로 조롱했다”고 증언했다.
한국 정부의 외교 교섭으로 일주일 만에 석방된 이들은 귀국 후 “체포 이유도, 사과도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우리는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으려 온 것이 아니라 단기 기술 지원을 위해 입국한 것”이라며 “비자도 합법적으로 발급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단속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이 경제정책과 충돌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김준형 한국 국회의원은 “미국은 인권의 본보기라고 생각했는데, 합법 비자를 가진 근로자들을 테러리스트처럼 대했다”고 비판했다.
현대차의 호세 무뇨스 CEO는 “공장 가동이 최소 2~3개월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고, LG에너지솔루션은 “사건 직후 미국 출장과 공사 일정을 일시 중단했으나 현재는 재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한국 방문 중 “공장 건설 초기에는 일부 숙련 인력이 필요하다”며 양국 간 비자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근로자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며 “근로자들의 안전과 합리적 대우가 보장되지 않으면 미국 내 공장 건설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번 사건 이후 “한미 양국이 비자 제도 개선 등 재발 방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특히 단기 비자(B-1)와 전자여행허가(ESTA)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점에 합의하고, 한국 기술자를 위한 전용 비자 신설 방안도 협의 중이다.
현재 김 씨를 포함한 약 200명의 전직 구금자들이 ICE의 불법 체포, 과도한 물리력, 인종차별,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잘못한 게 없다.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이번 일 이후로는 미국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